인천 유나이티드가 김도훈 감독 사임 이후 적잖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성적 부진 책임을 감독에게 떠안기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인천 구단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통신망과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를 성토하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인천시와 구단의 지원 부족의 책임이 더 큰데 감독만 희생시키느냐', '비상대책위를 꾸려서 감독 자르고 아낌없는 지원을 발표했는데 왜 진작 아낌없는 지원을 하지 않았으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눈길을 끈다.
이들 의견 가운데 주로 등장하는 내용이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전력보강 '제로(0)'다. 김 감독을 사임케 한 결정타는 수원FC전 패배→최하위 추락이다. 그 이전에 근본 원인은 빈약한 선수층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에 비해 얇아진 선수층을 더 약화시킨 것이 바로 여름 이적시장이었다.
인천은 클래식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보강된 선수가 없었다. 대신 38명 중 9명(방출, 해외이적 포함)을 정리했다. 수원FC가 지난달 27일 경기(2대0 승)에서 인천에 결정타를 날릴 때 외국인 선수 브루스, 골키퍼 이창근 등 여름 보강 효과를 톡톡히 본 것만 봐도 인천은 사실 경쟁할 조건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천은 왜 이례적으로 여름보강 '제로'를 기록했을까.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7월 여름시장이 열릴 때 김 전 감독의 바람은 공격자원 보강이었다. 당시 박영복 구단 대표도 시민구단 특성상 '강소구단'이 대안이라며 공격 능력을 강화해 인천시민을 즐겁게하는 축구에 지원을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름시장이 시작되자 코칭스태프와 구단 사무국은 영입 대상을 끌어오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전력 보강은 선수간 트레이드, 금전 보상 등이 얽혀 있어서 코칭스태프 마음대로 할 일이 아니라 구단 사무국의 협상·거래 노하우가 조화돼야 한다. 하지만 인천은 여름시장에서 '없는 자'의 설움에 먼저 막혔다. 으레 이적시장 협상에서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려고 하면 '선수+현금', 이적료 등의 조건이 붙게 마련이다. 인천도 몇몇 구단으로부터 보강 자원을 영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팀이 트레이드 대상으로 지목한 인천 선수를 두고 번번이 틀어지고 말았다. 거래 상대가 원한 선수는 그들에게 '백업용'이지만 인천에서는 베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없는 자원에 베스트까지 넘겨주면 시즌을 포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쓸만한 선수인지 아닌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인천이 내줄 만한 선수를 다른 팀이 데려갈 리는 만무했다. 바꿀 선수가 없으면 돈으로라도 보상해야 하지만 인천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였다. 당시 인천 구단은 추가 지원금을 받기로 확정돼 있을 뿐 실제 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손 안에 여력이 없었다. 외상 거래를 상대팀이 용인해 줄 리도 없었다.
여기에 구단의 협상 미숙도 작용했다. 현재 인천의 베스트는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상대팀이 원한 선수가 일부 있었다. 적정 몸값을 받고 당장 필요한 보강 인력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이 역시 무산됐다. 인천이 원한 몸값에 대해 상대팀에서 너무 높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인천은 이런 저런 문제 등으로 줄다리기만 하다가 7월을 넘겼고 결국 손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선수 거래 협상력 부족에 대해서는 구단 내부적으로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인천은 최근 몇 년 동안 선수를 내보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래서인지 선수 보강 작업에서는 익숙하지 못했는지 협상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인천의 '빈손' 여름시장은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속사정이 빚어 낸 비극의 시작이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