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넥센전. 경기전 양팀 사령탑의 스타일이 극명하게 갈렸다. 넥센은 정석, 한화는 변칙이었다.
전날 양팀은 13대11(한화 승) 혈투를 벌였다. 두팀 모두 가용자원 투수들을 모두 소진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전부터 선을 그었다. "오늘은 투수 다섯 명은 무조건 쉰다." 필승조인 김상수와 이보근, 마무리 김세현에 금민철과 이정훈까지 휴식을 줬다. 연투에 따른 조치였다. 염 감독은 선발 맥그레거의 긴 이닝 소화를 희망했다.
반면 김성근 한화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전원 불펜대기다. 24경기가 남은 상황이어서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매경기가 토너먼트"라고 말했다. 전날 선발요원 이태양까지 중간계투로 나왔고, 이날은 1이닝을 던진 이재우가 연이틀 선발로 나설 정도였다.
4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3위 넥센과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 한화의 상반된 현실이 반영된 조치일 수 있다. 또 양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예전부터 '자율훈련 VS 지옥훈련'으로 대척점을 이루고 있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 막판 지쳐 있다"며 휴식을 준 이유를 밝혔고, 김 감독은 "지금은 체력이 문제가 아니다. 정신력으로 버텨야 할 시기"임을 강조했다.
결과는 똘똘한 선발투수 1명(맥그레거)이 역투한 넥센이 여러명이 나눠던진 한화를 압도했다. 맥그레거는 7⅓이닝 4실점으로 긴 이닝을 소화했다. 마운드 여유가 없는 팀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혼신의 힘을 다했다. 맥그레거는 올시즌 5승(3패)째를 챙겼다. 한화는 이재우(2⅔이닝 1실점)-이태양(2⅔이닝 3실점)-박정진(⅓이닝 2실점)-윤규진(2⅓이닝 1실점) 등이 이어 던졌다. 넥센은 7대4로 역전승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한화는 1회초 2번 정근우가 넥센 좌익수 고종욱이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다 볼을 뒤로 빠뜨리는 사이 2루까지 내달았다. 1사 2루에서 4번 김태균이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1-0으로 앞선 2회초에는 8번 이성열이 2사후 좌중월 1점 홈런(5호)을 터뜨렸다.
넥센은 0-2로 뒤진 3회말 2사후 1번 서건창의 2루타를 시작으로 집중 3안타가 터져나왔다. 3번 이택근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다. 넥센은 4회말 선두 6번 채태인이 곧바로 동점 좌월 1점홈런(6호)을 쏘아올렸다. 이 사이 넥센 선발 맥그레거가 안정을 찾아갔다.
5회말 넥센이 꿈틀댔다. 2사후 4번 윤석민의 중전안타와 5번 김민성의 내야안타로 만든 2사 1,2루. 4회 홈런을 때려냈던 채태인이 2타점 우중월 2루타를 뿜어냈다. 넥센은 단숨에 4-2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화가 1점을 따라붙은 6회말. 넥센은 또다시 2사후 강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1사후 9번 임병욱이 한화 세번째 투수 박정진을 앞에두고 기습 투수앞 번트를 성공시켰다. 1번 서건창의 볼넷, 이후 폭투로 만든 1사 2,3루 찬스. 2번 고종욱의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흐름이 끊기는가 했지만 3번 이택근이 한화 네번째투수 윤규진을 상대로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넥센은 2사만루 찬스에서 4번 윤석민이 우익선상 싹쓸이 2루타로 7-3으로 달아났다. 경기의 큰 흐름을 가져오는 한방이었다. 한화는 8회초 김태균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따라붙었지만 추가점 획득에는 실패했다. 한화는 9회 1점을 더 따라갔지만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7대5로 넥센이 이겼다.
이날 넥센은 윤석민이 3타점, 채태인이 3타점, 둘이 6타점을 합작했다. 한화는 목 담증세로 타점 1위 로사리오가 전날에 이어 2경기 연속 제대로 뛸 수 없었던 것이 두고 두고 아쉬웠다. 한화는 지난달 7일 이후 일요일 경기 4연승이 끊어졌다. 고척돔=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