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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한예리 "'청춘시대' 윤박이라면 현실 멜로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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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한예리가 '청춘시대'의 캐릭터 중 윤박이 연기한 박재완 캐릭터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박연선 극본, 이태곤 연출)에서 돈과 잠이 절실한 철의 여인 윤진명을 연기한 한예리. 그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청춘시대'의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소신 있는 연기론을 털어놨다.

사랑해 본 이들의 눈물 콧물 쏙 빼며 시청자의 '인생 드라마'로 남은 SBS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 작가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청춘 로맨스 '청춘시대'는 내 신발 몰래 신고 나가서, 내 사과잼 몰래 다 먹어서 생긴 사소한 분노가 육탄전까지 이어지는 여대생들의 리얼한 생활은 물론 미성년자 딱지는 떼어냈지만 완전한 성인으로 말하기 힘든, 아직은 미성숙한 20대 '어른이'의 고민과 연애담, 일상 이야기를 가감 없이 선보여 2030 여성 시청자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청춘시대'에는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등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원석 같은 20대 여배우들이 총출동해 진짜 여자들의 이야기, 진짜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리얼한 민낯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의 폭풍 공감을 샀다.

그중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의 맏언니 윤진명을 연기한 한예리는 현실 속 7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한 세대)를 그대로 반영한 윤진명을 완벽히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이 잦아 스물여덟, 겨우 대학 졸업반까지 온 윤진명은 수업시간 외엔 과외, 레스토랑 서빙,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 대출금을 갚는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옷을 산 기억도 없고 마지막 연애는 더더욱 기억나지 않는 윤진명으로 '청춘시대'의 큰 축을 담당한 한예리.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 윤진명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표현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아냈다.

'청춘시대' 초반 팍팍하고 고달픈 윤진명을 연기해야 했던 한예리는 "윤진명은 초반 표정을 많이 쓸 수 없는 캐릭터여서 액팅을 잘 써야겠다고 판단했다. 표정으로 할 수 없는 감정을 몸이 주는 정서로 표현하고 싶었다. 자세히 보면 윤진명의 행동으로 전달되는 감정선이 많다. 예를 들면 늘 단정하고 절제된 윤진명이지만 매니저(민성욱)에게 분노할 때는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몸부림을 친다. 땅을 치거나 말리는 박재완(윤박)에게 매달린다. 꾹 눌러온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한 셈이다. 매니저에게 화를 내는 것도 맞지만 답답한 자신의 삶에, 세상에 분노하는 모습으로도 느껴진다. 표정은 없지만 행동으로 윤진명을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윤진명은 어려운 캐릭터다. 하지만 그동안 어려운 역할을 한 두 번 한게 아니라 이번에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답했다.

실상 한예리는 까다로웠던 윤진명의 감정 표현보다 악질 매니저로 등장했던 민성욱과 웃픈(?) 상황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예리는 민성욱과 무려 세 작품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모두 캐릭터 설정상 악연의 연속이었다는 것. 처음 만난 단편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지만 끝은 좋지 못한 연인으로, 그리고 전작이었던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척사광이었던 한예리의 칼에 맞아 죽음을 맞은 조영규 역의 민성욱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였던 '청춘시대'에서는 마치 전작에서의 복수라도 하듯 윤진명을 악랄하게 괴롭히는 매니저로 민성욱과 호흡을 맞췄다.

한예리는 "민성욱 오빠와는 계속 치고받는 역할로 만나는 것 같다. '육룡이 나르샤' 때는 내가 죽이고 '청춘시대'에서는 성욱 오빠가 날 괴롭힌다. 워낙 성욱 오빠와 합이 잘 맞아 힘든 건 없지만 이제 좀 사이좋은 역할로 만나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윤진명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간 것도 매니저라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성욱 오빠가 뚝심 있게 연기해줘서 에피소드가 더욱 주목받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윤진명은 자신을 괴롭혔던 매니저를 미워하지 않았다. 매니저를 비롯해 누구도 미워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암담해서 누굴 미워할 상황이 아니었다. 인생에 대한 원망이 깊은 친구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매니저의 괴롭힘 속 피어났던 박재완과 로맨스는 어땠을까? 한예리는 "사실 '청춘시대'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로맨스가 주를 이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진명은 분명 박재완에게 위안을 받았지만 그보다 하메(하우스메이트)들에게 더 큰 위안을 받는 인물이다. 하메들이 반겨주는 집에 들어오는 순간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하메들 덕분에 안 좋은 걱정도 잠시나마 잊게 된다. 그런 대목이 참 좋았다. 물론 박재완과 로맨스도 아름다웠다. 박재완은 힘든 걸 함께하는 구도다.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인데, 박재완을 보면서 누군가 도망가지 않고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됐다. 쉽게 다가가는 관계보다 거리를 적당히 뒀기 때문에 윤진명과 박재완의 러브라인이 더욱 애틋하게 그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뭄에 콩 나듯 애태웠던 윤진명과 박재완의 러브스토리. 두 사람에 대해 한예리는 '감질났던 멜로'라 표현했다. 그는 "윤박과 키스신을 찍으면서도 '윤진명은 너무 불쌍하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환경만 아니었다면 누구보다 건강하고 밝은 윤진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황이 윤진명을 극한으로 몰고 가 안타까웠던 것 같다. 키스신도 윤진명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낸 순간이다. 마지막 결심을 앞두고 뭐든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마지막이란 건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재완을 비롯해 고두영(지일주), 윤종열(신현수), 임성민(손승원), 서동주(윤종훈) 등 '청춘시대' 속 남자 중 이상형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사실 딱 내 이상형은 없다. 일단 고두영은 만나서는 안 될 남자고 윤종열은 너무 어리다. 게다가 복학생은 힘들 것 같다. 서동주는 누님들과 관계가 있어서 힘들 것 같고 그래도 박재완이 제일 괜찮은 남자이지 않을까 싶다. 신체 건강하고 바르며 성실한 남자이지 않나? 현실 멜로를 한다면 박재완 같은 남자였으면 좋겠다. 보통은 열악한 상황의 여자를 피하기 마련이지 않나? 도망가기에 바쁜데 박재완 같은 경우는 그럼에도 굳건히 지켜주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박재완 같은 남자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편, '청춘시대'는 외모부터 성격, 전공, 남자 취향, 연애 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매력적인 여대생이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유쾌하고 발랄한 청춘 동거 드라마다.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윤박, 지일주, 신현수, 손승원이 가세했다.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의 박연선 작가, '사랑하는 은동아' '네 이웃의 아내' '인수대비'의 이태곤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달 27일 종영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tvN '청춘시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