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엄태웅은 대중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엄태웅은 1일 오후 2시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사지 업소 여종업원 A씨를 성폭행했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깔끔한 회색 수트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SBS 수목극 '원티드' 출연 당시보다 한층 야윈듯한 모습이었다. 비장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엄태웅은 "경찰조사를 통해서 모든 것을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밝혔다. 마사지 업소 출입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힐 것"이라는 짧은 답을 남긴 채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경찰은 엄태웅과 A씨가 성관계를 맺은 것인지, 그 관계에서 강제성 여부는 없었는지 등과 성매매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성폭행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증거 확보와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7개월 여가 지나고 나서야 고소장을 접수한 만큼, 제반 증거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A씨 역시 증거 제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JYJ 박유천이나 배우 이진욱의 경우에도 경찰에 성폭행 피해 신고를 하거나 검사를 받는 등의 정황 증거가 있었고, 속옷 등 물적 증거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성관계 당시의 강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으로 끝난 바 있다. 그런데 증거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이번 사건에서 성폭행 혐의가 입증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 진술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진술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며 일관성이 있어야만 증거로 채택되는데, A씨의 경우 여러 유흥업소 점주들에게 선수금 사기 행각을 벌여 법정 구속된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 역시 마사지 업소였던 만큼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즉 엄태웅도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형사처벌 결과를 떠나 엄태웅이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길은 딱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다. 유사 성행위든, 직접적인 성관계든 A씨와 그 어떤 관계도 맺은 적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최근 들어 박유천 이진욱 이민기 등 남성 연예인 성폭행 사건이 줄줄이 벌어졌고,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앞서 벌어졌던 스타들의 성폭행 의혹과 이번 사건은 맥을 달리한다. 그들은 모두 싱글 스타였던 반면 엄태웅은 유부남이자 아이 아빠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스타들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일시적 이미지 추락 문제만 버텨내면 되지만, 엄태웅은 문제 정도가 다르다.
엄태웅은 2013년 원로배우 윤일봉의 딸이자 발레리나인 윤혜진과 결혼, 슬하에 딸 지온 양을 얻었다. 더욱이 엄태웅은 결혼 당시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공개적으로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지난해까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딸 지온 양과 출연하며 가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왔다.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길 소망하는 그의 모습에 대중은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엄태웅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외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휘말렸고, 신뢰는 무너졌다. 오히려 믿었던 만큼 배신감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더욱이 아내 윤혜진은 현재 둘째를 임신한 상태다. 엄태웅 소속사 키이스트에 따르면 윤혜진 역시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아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외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인데 임신 중인 아내를 두고 외도를 했다는 사실이 확실시 되면 도덕적으로 가중처벌 될 수밖에 없다.
A씨는 7월 검찰에 "올 1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마사지 업소를 홀로 찾아온 엄태웅이 성매매 업소가 아님에도 강제로 성폭행 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8월 22일 분당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했고, 경찰은 엄태웅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같은 사건은 8월 23일 세간에 알려지며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엄태웅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고소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경찰로부터 공식적으로 피소 사실을 전달받았고 엄태웅은 이 사건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 고소인에 대해 무고 및 공갈협박 등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2011년 12월부터 2년 간 경기도 인천 강원도 등지의 유흥주점 업주 등에게 선불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채 사기 혐의로 법정 구속된 상태로 경찰은 A씨와 엄태웅을 차례로 조사하는 한편 A씨가 일했던 마사지 업소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엄태웅은 1997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 가수 겸 배우 엄정화의 동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단번에 화제를 모았다. 이후 영화 '실미도' '공공의적2' '가족' '시라노 연애조작단' '건축학개론', 드라마 '쾌걸춘향' '부활'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고 특히 '선덕여왕'에서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여 '엄포스'란 애칭을 갖기도 했다. 최근엔 SBS 수목극 '원티드'를 마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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