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구르미'vs'달의연인'③] 박보검vs이준기 특급미션 "이모팬을 잡아라"

by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관건은 40대 시청층이다.

최근 드라마의 주시청층은 2030세대가 아닌 40대 여성 시청층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제까지 방송된 SBS '대박',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함부로 애틋하게', tvN '또 오해영', '싸우자 귀신아' 등이 모두 40대 여성 시청층이 가장 높은비중을 차지했다. 그런 면에서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역시 40대 이상 여성 시청층의 마음을 누가 더 잘 공략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KBS와 SBS도 이 부분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구르미 그린 달빛'은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전국민적인 호감을 보이는 배우 박보검을 캐스팅 했고, '달의 연인'은 '이모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이준기를 내세웠다. 주연 배우 캐스팅이 용호상박의 형상인 만큼 앞으로의 전개와 장르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40대 이상 중장년 여성층이 드라마에서 가장 관심을 보이는 요소는 역시 러브라인이다. 특히 최근엔 무겁고 슬픈 치명 멜로보다는 '또 오해영', '싸우자 귀신아'와 같이 유쾌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에 관심을 두는 추세다.

그렇게 본다면 '달의 연인'보다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조금 앞선 듯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 등 앞서 흥행한 퓨전 사극의 성공 공식을 고스란히 따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바로 박보검과 김유정의 알콩달콩 로맨스에 온전히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 '성균관 스캔들'의 남장 여자 콘셉트, '해를 품은 달'의 왕족과 무녀의 사랑 등 흥행력이 보증된 설정들이 녹아들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반면 '달의 연인'은 아직까지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첫회부터 로맨틱 코미디에 심혈을 기울인데 반해 '달의 연인'은 인물들의 상황과 설정을 설명하는데 3회 분량을 할애했다. 더욱이 등장 인물들이 너무 많아 다소 산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3회 말미에 가서야 이준기 이지은(아이유) 강하늘의 삼각관계를 예고했다. 그 성격도 가볍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라기 보다는 치명 멜로에 가깝다. 앞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의 성격을 놓고 봤을 땐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좀더 우세해 보이는 지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달의 연인'이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이준기의 하드캐리일 것이다. 이준기는 '왕의 남자'로 데뷔했을 때부터 '이모부대'를 만들어냈던 장본인이다. 특유의 중성적인 매력과 날선 연기력에 누나 혹은 이모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이번엔 상처받은 늑대개 왕소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중성적인 매력으로 승부수를 던졌던 그가 진한 남성미를 덧입고 치명적인 사랑과 가혹한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데뷔 초부터 지켜봤던 팬덤으로서는 반갑고 기대되는 일이다. 또 이준기의 경우 연기력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누구나 캐릭터에 몰입해 몸 던지는 그의 연기력은 인정하는 바이고, 기대감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이준기가 후배들을 얼마나 지탱하며 끌고 가는지, 다른 배우들이 얼마나 여기에 부응하는지가 키 포인트다.

한 방송사 드라마국 PD는 "최근 2030 시청층은 뻔한 로맨틱 코미디, 혹은 멜로물 보다는 장르물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tvN '시그널', OCN '38사 기동대'와 같은 작품들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젊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로코, 혹은 멜로물에 열광하는 건 오히려 40대 이상 시청층이다. 이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빨리 찾아내 극에 녹여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는 이들의 과거 연애 추억을 되살려 줄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지금 세대와 40대 이상 세대의 연애 방식은 달랐다. 지금은 직설적이고 과감한 연애를 한다면 당시에는 보다 순정만화에 가까운 서정적인 연애를 했다. 대놓고 예스(YES)냐 노(NO)냐를 결정짓고 갈팡질팡하는 내용보다는 바라보기만 해도 엄마미소를 띌 수 있는 그런 로맨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포인트를 잘 살려내는 드라마가 앞으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