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약이요? 아직 보여드릴게 많아요."
27일 제주월드컵경기장. 0-0이던 후반 45분 안현범(22·제주)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결승골을 터뜨렸다. 안현범은 질풍같은 돌파로 성남 수비를 무력화 시킨 뒤 호쾌한 오른발 슈팅으로 성남 골망을 뒤흔들었다. 제주는 이날 승점 40점을 기록해 단번에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안현범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최근 안현범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단순히 성남전에 골을 넣어서가 아니다.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뭔가 한단계 성장한 느낌. 딱 그런 모습이다.
올시즌 안현범이 옷을 갈아입었다. 오른쪽 윙백으로 뛴다. 원래는 공격수였다. 그런데 자연스럽다.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두루 소화해봤다고 한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기엔 모자랐다. 안현범은 "많이 부족하다. 공격을 주로 했기 때문에 공격 가담할 땐 괜찮은데 수비 상황에서 위치 선정이나 안정감 같은 부분은 더 키워야 한다"고 자평했다.
시즌 초반과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 별 다른 비결은 없다. 간절함을 잃지 않았을 뿐이다. 안현범은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고한 주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잘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성남전 결승골도 집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경기 전 안현범의 상태는 100%가 아니었다. 목감기 증상이 있었고 장염까지 걸렸다. 안현범은 "진짜 열심히 경기를 준비했는데 몸이 안 좋았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뛰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데 정신력 만으로는 장염을 이겨내고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렵다. 도핑 때문에 약을 복용할 수 없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안현범은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까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뛰는 동안 전혀 증상을 못 느꼈다"고 했다. 천상 축구선수인 모양이다.
측면의 지배자라는 표현이 있다. 측면 자원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장악할 때 쓰는 표현이다. 안현범이 서서히 이 용어에 걸맞는 선수가 되고 있다. 90분 풀타임을 내달리는 체력, 빠른 스피드 여기에 돌파와 슈팅도 좋다. 그의 종횡무진 활약이 제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현범이 웃었다. "활약이요? 아직 보여드릴게 많아요."
안현범은 꿈을 꾸고 있다. 제주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는 것이다. 희망도 품고 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하면 언젠가 A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 22세 윙백 안현범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