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송강호는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중 한지민에게 "'밀정'은 한지민의 영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극중 홍일점 독립군 연계순 역을 맡은 한지민은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사실 말이 안되긴 하지만"이라고 전제를 붙였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송강호가 한지민의 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강호의 생각은 달랐다.
"진지하게 말한거예요. 영화 자체가 남자 이야기다 보니 여성 캐릭터 자체가 크지 않아서 관객들이 아쉬워할 수 있는데 저는 연계순 캐릭터를 굉장히 상징적으로 봤어요. 서대문 형무소에서 연계순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정출의 모습은 가장 보호해야할 것을 지켜주지 못한 슬픔이 담겨있거든요. 한지민 씨의 작은 손이 보이는데 '작은 손 하나 잡아주지 못했다'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죠. 연계순이란 인물은 단순히 여자 의열단원이라는 존재라기 보다는 상징적으로 이 영화가 궁극적인 목표로 했던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가장 고통스럽게 고문당하잖아요. 이 영화의 주된 감정이고 중요한 역할이죠.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말해준거죠."
'밀정'은 실제 사건인 '황옥 경부 폭탄 투척 사건'(이하 황옥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특히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의 모티브가 된 황옥 경부는 아직 역사학계에서도 일본의 밀정이었는지 독립운동가였는지 의견이 분분한 인물이다.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의 모티브가 된 독립운동가 김시현과 호부호형한 사이라는 것은 확인됐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일본 경찰의 밀정이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송강호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가 독립운동가였는지 일본 경찰의 밀정인지 정확하지 않은게 영화 속 정답인것 같아요. 그분이 현재 정확한 평가를 받았다면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그분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명히 갈리고 있죠. 실제로 모호하게 행동을 하기도 했고요. 일제 입장에서도 반역자고 의열단쪽에서도 일제 앞잡이였고 그런 인물인데 그런 부분이 이정출하고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히가시(츠루미 신고)에게 이정출이 보고를 할 때도 정말 충성스럽게 보고를 하는 것인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인지 모르게 연기했어요. 그런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한편 송강호가 일본경찰 이정출 역을 맡아 내달 7일 개봉하는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리는 작품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