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올해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를 이끌었던 중형세단 SM6의 운행 중 시동꺼짐 현상으로 인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지난 3월 출시된 SM6는 감각적 디자인, 감동적 드라이빙, 감성적 이노베이션을 앞세워 경쟁차종인 쏘나타에 버금가는 판매량을 보이며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르노삼성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상반기 4개월에 팔린 대수가 2만7000여대로 당초 르노삼성이 올해 SM6의 연간 판매 목표로 설정한 5만여대를 가볍게 돌파해 이제는 6만대까지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SM6가 8월에 접어들며 성능 결함 논란에 휘말렸다. 그것도 차량에 있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이란 점에서 SM6 운전자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내달에 출시되는 QM6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QM6는 SM6를 기반으로 한 외관을 갖고 있어 형제차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동호회 '집단 반발' vs 르노삼성 '수수방관'
SM6의 운행 중 시동꺼짐 현상은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과 함께 당시의 상황을 알리는 글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며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문제의 차량은 SM6 액화석유가스(LPG) 모델로, 차량을 구입한지 2달 정도 지난 상태였다. 아이들의 등하교를 위해 자주 차량을 운행하던 여성 운전자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던 도중 시동 꺼짐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시동꺼짐에 대한 경험담은 SM6 온리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급기야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한 온라인 동호회에서 'SM6 시동꺼짐 관련 취합조사'란 공지의 글을 올리게 됐다.
차량에 문제점이 있음이 알려진 이후 SM6 운전자들의 시동 꺼짐 현상에 대한 경험과 우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시동꺼짐 경험하고 사업소 가서 확인했으나 기록이 없어 조치를 못 취해주겠다는 답변 들었다' '골목길 진입 저속주행시 계기판에 온갖 경고등 다 뜨더니 시동 꺼져버렸다' '7월초에 차량 인도 받고 1800㎞ 탔는데 고속도로 진입 전에 시동 꺼짐 발생. 지금까지 운전하면서 처음 겪어봐서 순간 당황했네요' 등 운전자들의 경험담은 읽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공교롭게 시동꺼짐 현상은 SM6 LPG 모델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또 저속으로 주행 중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SM6 LPG 모델 소유자들의 불안감은 크다. '전 아직 시동이 꺼지거나 한 적은 없지만 불안불안 합니다' '불안해서 속도도 못 내고 큰일이네요' '며칠전 시동꺼짐이 있었어요. 어찌나 난감한지. 아내가 운전했다면 옆에 차가 많았다면…. 아찔하네요' '저도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타고 있는데 걱정이다' 등 시동꺼짐 현상에 대한 걱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SM6의 시동꺼짐 현상을 경험했다는 한 운전자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저속 주행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지만 만약 고속 주행 중에도 시동 꺼짐 현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겁이 나서 고속 주행을 못할 정도다. 빠르게 달리지 못하는 차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르노삼성 측의 대응은 상당히 소극적이다. 운전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원인을 찾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급한 모습이다.
시동꺼짐 현상과 관련해 르노삼성 측에 문의를 한 결과, "확인된 사항이 없지만 일부 LPG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시동꺼짐이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원인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에 따라 신속한 조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정비소에서 시동꺼짐과 관련해 수리를 받은 차량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고 동호회에서 사례를 취합하고 있음에도 르노삼성 측은 시동꺼짐 현상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 측은 "동호회에서 해당 클레임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동꺼짐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며 "서비스점을 방문하면 진단 후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공개적인 조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관련사항을 확인 및 대응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SM6 인기도 시동 꺼지나? 하반기 기대작 QM6에도 악영향
SM6는 출시 전부터 감각적 디자인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켜왔으나, 성능 면에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출시 당시부터 경쟁 차종인 쏘나타와 말리부가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으로 멀티링크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SM6는 승차감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싼 토션빔을 장착해 논란이 됐다.
또 지난달 초부터는 기어를 변속하는 기어봉이 파손되는 결함이 발견돼 무상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차량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생산된 SM6 1만8000여대이다.
공교롭게 SM6의 성능적 결함이 부각되며 SM6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SM6는 지난 5월에 월 판매량 정점인 7901대를 찍었다. 이어 6월에는 쏘나타(8768대), SM6(7027대), 말리부(6310대)의 순서로 팔렸고, 7월에는 말리부(4618대) SM6(4508대)로 SM6의 판매량 감소폭이 경쟁 차종보다 더 컸다.
문제는 SM6의 인기 꺾임이 하반기 르노삼성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QM6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9월 1일 출시되는 QM6는 SM6를 기반으로 한 외관을 갖고 있어 형제차란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SM6의 기능적 결함이 QM6의 성능과 무관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셈이다. 르노삼성 측은 SM6의 성능 문제가 QM6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SM6와 QM6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