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고민이다. 내년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롯데 관계자는 최근 "현재로선 린드블럼 재계약에 대해 구단 내부적으로 심도깊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 재계약에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 구속으로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롯데의 에이스였다. 13승11패에 평균자책점 3.52, 210이닝을 던졌다. 올해는 부진하다. 7승11패에 평균자책점 5.83. 지난해 많이 던졌지만 이렇다할 부상은 없었다. 로테이션은 지키고 있다. 2군에 갔다왔지만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약간의 문제가 큰 결과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구속은 3~4㎞ 떨어졌다. 지난해 150㎞를 오가는 강속구를 뿌렸지만 올해는 최고구속이 14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린드블럼의 올시즌 직구 평균구속은 146.3㎞로 리그 평균(141.2㎞)보다 높다. 하지만 직구 초당회전수는 35.6회로 리그 평균(37.3회)보다 적다. 직구 회전수는 볼끝과 연관이 있다. 볼이 살짝 떠오른다는 느낌은 타자 입장에서는 훅 들어온다는 생각을 만든다. 정타는 줄어들고, 파울은 많아진다.
볼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것도 문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린드블럼에 대해 "좋은 투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볼이 높게 제구된다. 지난해에 비해 구속이 많이 떨어졌다는 느낌은 덜 받지만, 볼이 치기좋은 코스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지난 27일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10안타 8실점으로 무너졌다.
롯데 관계자는 "구속은 투수의 몸상태와 컨디션을 전반적으로 대변하는 수치다. 한화 외국인 투수 카스티요는 158㎞를 펑펑 뿌리고, SK 라라도 150㎞를 넘긴다. 넥센 맥그레거도 체구가 크지 않지만 150㎞를 넘게 던진다.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지만 국내 투수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 중 하나"라면서도 "린드블럼의 재계약 여부는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여지를 남겼다.
아쉬운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재계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이유는 좋을 때 피칭에선 지난해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의 경우에서 보듯, 외국인 투수의 가장 큰 적은 부상이다. 다른 투수를 데려올 경우 KBO리그 적응에 대한 불확실성과 맞닥뜨려야 한다.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내부 의견도 있다.
롯데는 최근 훌리오 프랑코 타격코치와 옥스프링 투수코치를 1군 코칭스태프에 합류시켰다. 파격이다. 조원우 감독은 "분위기 쇄신 차원과 함께 린드블럼, 레일리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위한 배려 차원도 있었다. 5강 싸움을 하려면 둘의 분발 없이는 불가능하다. 외국인 코치가 온 뒤 덕아웃에서 린드블럼과 레일리의 웃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은 시즌 등판이 린드블럼의 2017년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