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IP의 힘!'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켓몬 고'는 '포켓몬스터'라는 명작 IP(지적재산)의 존재감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별로 새롭지 않은 AR(증강현실)과 GPS 기술의 결합이 새삼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별다른 디바이스를 구비할 필요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목마른 대중들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내 출시한 '타이밍'도 절묘했다.
어쨌든 '포켓몬 고'는 하드웨어보다는 철저한 소프트웨어 이슈라 할 수 있다. 플랫폼의 변화에도 불구, '명작 IP'는 활용 여부에 따라 얼마든 생명력을 연장할뿐 아니라 그 파급력과 인기는 더욱 커져나갈 것이란 사실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외 게임사들이 IP 확보와 활용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IP는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2'이다. '리니지'의 명성에 이어 지난 2003년 출시된 '리니지2'는 전작을 뛰어넘는 3D 기술력으로 구현됐지만 '형보다 못한 아우'에 머물렀다. 지난해만 해도 연매출에서 '리니지2'는 '리니지'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적어도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어선 얘기가 달라진다. 2D의 '리니지'보다는 3D의 '리니지2'가 모바일에 더 적합한 IP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먼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스네일게임즈가 '리니지2' IP로 개발한 모바일 MMORPG '리니지2:혈맹'이 iOS 마켓 기준 7위까지 급상승했다. 지난달 출시 이후 초반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지난 23일 안드로이드 버전이 첫 공개된 이후 다시 인기가 회복되는 모양새다. '혈맹'이라는 핵심 콘텐츠를 모바일에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 인기를 모으는 비결로 보인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기 장르가 MMORPG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기대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넷마블게임즈가 역시 모바일 MMORPG '리니지2:레볼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오는 10월쯤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과 서버-캐릭터 선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주일만에 50개 서버가 마감돼 신규 서버를 증설할 정도다. 랜드마크는 원작의 명칭을 그대로 살렸고, 게임 내 오브제를 그대로 구현해 기존 '리니지2' 이용자들에게 향수를 줄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오픈월드에서 대규모 인원이 펼치는 레이드는 영상만으로도 살아있는 액션감을 보여주고 있다. '레볼루션'은 중국 최대 퍼블리셔 텐센트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국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2'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레전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외 3개 게임사가 '리니지2'로 각각의 특색을 담은 3종류의 게임을 출시한다는 것만으로도 인기 IP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 '귀혼' 등 국내와 중화권에서 인기를 모았던 온라인게임을 보유한 엠게임도 IP 사업화에 적극적이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이미 지난해 중국에서 웹게임 '열혈강호 외전'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으며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지난 6월 국내에도 출시됐다. 엠게임은 지난 6월 퍼니글루와 '귀혼'의 모바일게임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이곤 모바일과 룽투코리아가 판권을 가진 '열혈강호'의 모바일 버전은 룽투게임즈, 비누스엔터테인먼트, 액트파이브 등 3개 회사가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3D 쿼터뷰 방식의 MMORPG, 액션 MORPG, 횡스크롤 액션게임 등 장르의 다양화가 눈에 띈다. 룽투게임즈 외에 로코조이와 넥슨이 각각 퍼블리싱에 참여, 올해와 내년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웹젠의 장수 MMORPG '뮤 온라인'은 IP 확장의 폭발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게임이다. '뮤 온라인'의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이 2014년 중국을 강타했고 이어 지난해에는 이를 국내에 현지화시킨 '뮤 오리진'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침체를 거듭하던 1세대 개발사 웹젠이 되살아났다.
이를 바탕으로 웹젠은 '뮤 온라인'의 게임성을 잇는 온라인 핵앤슬래쉬 MMORPG '뮤 레전드'를 개발하고 있다. 5만명의 테스터가 참여,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2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며 올해 내로 공개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모바일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서 효자 IP가 온라인게임 개발에 큰 힘을 보탠 셈이다. '뮤 레전드'도 향후 플랫폼 확장이 시도될 콘텐츠임은 분명하다.
'국민 FPS게임'으로 불렸던 '스페셜포스'의 개발사 드래곤플라이 역시 IP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페셜포스 AR'과 '스페셜포스 VR' 등 AR과 VR(가상현실) 플랫폼에 대응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페셜포스 VR'은 빠르면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또 '스페셜포스 모바일'도 직접 개발, 네시삼십삼분을 통해 하반기에 선보인다.
게임 전문가들은 "'미르의 전설' IP를 두고 샨다게임즈와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 등 국내외 게임사들이 소송전에 접어들 정도로 검증된 명작 IP는 차기 히트작 출시의 견인차이다"라며 "플랫폼을 초월하는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 시장에서 IP 확보와 개발, 퍼블리싱을 위한 게임사들의 합종연횡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