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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 타이거즈, '2등 꼬리표'를 뗀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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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은 대단한 기록이다. 오로지 두 명, 혹은 두 팀만 오를 수 있는 결승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정상급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최고의 두 명이 만나는 무대라는 것만으로 빛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준우승은 슬픈 기록이다. 한 걸음만 더 가면 누구보다 높은 곳에 오를 수도 있었지만, 그 한 걸음이 부족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준우승의 의미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의미로 강하게 다가온다.

이런 안타까운 준우승이 특정 인물, 특정 팀을 대상으로 반복될 경우에는 만년 준우승이라는 꼬리표가 달라붙기도 한다. 우승 트로피의 숫자가 기록, 기량, 가치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세태이기에 만년 준우승이라는 꼬리표는 당사자에게 있어 저주와도 같은 표현일지 모르겠다.

최근 몇 년간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리그에서 락스 타이거즈는 이런 저주스러운 '만년 준우승'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수차례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그들을 격려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이런 일이 농담식으로 이러한 행태를 놀리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지난 8월 20일 치러진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 2016 섬머 시즌 결승전에서 락스 타이거즈는 지겹게 달라붙어 있던 '만년 준우승' 꼬리표를 떨쳐냈다. 여러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탓에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실력보다 조금은 박한 평가를 받았던 이들이 드디어 온전한 평가를 받게 될 근거를 만들었다. 이제야 만족할만한, 제대로 된 박수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락스 타이거즈의 이번 우승은 경험, 안정감 등의 측면에서 큰 상승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스포츠에서 경험이라는 요소는 승패에 있어 엄청난 변수로 작용을 한다. 이변을 연출하던 젊은 팀이 플레이오프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 하고 무너지는 사례들은 '경험'이 토너먼트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락스 타이거즈는 이번 여름에 그동안 자신들에게 없었던 '우승 경험'이라는 퍼즐 조각을 찾아냈다.

이러한 경험은 선수들에게 있어 안정감을 불어 넣는다. '이러다가 또 지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함은 선수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멘탈 요소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e스포츠에서 이러한 심리상태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우승은 락스 타이거즈가 앞으로 다가올 위기 상황에서도 더욱 침착한 판단을 하고, 무리수를 던지지 않도록 만드는 '버프'와도 같다.

락스 타이거즈가 결승 무대에서 우승을 거둔 직후, 팀의 정글러인 '피넛' 한왕호는 "이것으로 우리도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 됐다"고 외쳤다. 징크스를 떨쳐내고 자신감과 경험이라는 기존에 없던 무기를 손에 넣은 것이다.

'쿠로' 이서행은 우승 직후 눈물을 보였다. 우승, 더 높을 곳을 향한 갈망과 절박함을 지니고 있는 자의 눈물이다.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은 락스 타이거즈가 이러한 절박함을 잊지 않는다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쉽 2016 본선에서 더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을지 모른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