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는 젊은 선수들의 선전에서 힘을 얻고 있다. 투수 중 한명을 꼽으라면 단연 마무리 임정우(25)다. 올해 메인 소방수 보직 첫해다. 3승7패21세이브, 평균자책점 3.88이다. 세이브 4위. 내용을 들여다보면 리그를 호령할 정도의 훌륭한 성적은 아니지만 양상문 LG감독은 대만족이라고 말한다.
지난해까지 임정우는 가능성 있는 불펜요원 중 한명이었다. 2015년 6승9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5.04가 최고 성적이다. 프로 6시즌째에 생각지도 못한 중책을 맡았다. 양 감독은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임정우는 올해 마무리 첫해다. 마무리는 엄청난 중압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 수고스러움을 잘 안다. 최근 들어 자신감이 붙었다. 본인 볼에 대한 믿음이 구위로 드러나고 있다. 좋아졌지만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즌 중반 임정우의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교체 의도는 없었을까. 양 감독은 "완전히 믿었다. 다른 대안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았고, 사실 대안도 없었다. 처음부터 믿고 맡겼다"고 강조했다.
후반기 페이스는 리그의 강력한 마무리 중 한명으로 손색이 없다. 8월 들어 9경기에서 1승6세이브를 챙겼다. 실점한 경기는 한차례.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0.79다. 지난 23일 두산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의 화요일 20연승을 스톱시켰다.
시즌 중반 꽤나 흔들렸던 임정우다. 벤치에서 바라볼 때도 측은했고, 스스로도 고독했던 시기. 임정우는 6월 월간 평균자책점이 12.10에 달한다. 이 기간 11경기에서 3세이브5패를 당했다. 실패한 마무리로 시즌을 마감할 판이었는데 후반기가 터닝포인트가 됐다.
달라진 것은 구위가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140㎞대 중후반의 빠른볼에 낙차 큰 커브를 섞어 던진다. 자신감이 제구와 투구패턴을 몽땅 바꿨다. 볼을 던질 때 확신을 갖고 뿌리다보니 주저함이 없다. 상대 타자들이 타석에서 전에 없던 위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국보 투수' 선동열 전 KIA 감독은 최고 마무리 시절, "마무리의 첫번째 무기는 자신감, 강한 심장"이라고 했다. 타자를 몰아붙이지 못하면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다. 마무리 투수가 1,2점차 리드를 막으려 안간힘을 쏟지만 타자들 역시 1,2점을 짜내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경기 막판이다. 기싸움이 기량싸움을 능가할 수 있다.
타자가 3할타율을 기록하는 순간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듯, 마무리에게도 20세이브는 값진 가치다. 특히 마무리 첫 해를 보내는 젊은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