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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토리] 리우:우리 감동시킨 9개의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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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10-10'(금메달 10개-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했던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9개로 8위의 성적을 올렸다. 순위에서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금메달 숫자에서는 목표에서 1개가 부족했다.

하지만 선수단의 목표달성을 떠나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모두 저마다 기적같은 스토리를 써내며 일상에 지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전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남녀 양궁 대표팀,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로 불가능해보였던 역전승리를 거둔 펜싱의 박상영,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사격의 신' 진종오, 태권도에서 극적인 승리로 금메달을 따낸 김소희와 오혜리, 한국 선수단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골프 여제' 박인비. 모든 금메달이 각자의 이야기와 감동이 있었다.

7일 새벽 남장양궁단체전에서 구본찬,김우진, 이승윤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8년 만의 남자단체전 금메달이었다. 그리고 양궁 전종목 석권의 서막이었다.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의 기운을 이어받은 여자 양궁 단체전. 장혜진-기보배-최미선은 다음 날인 8일 열린 여자 단체 결승에서 러시아를 세트스코어 5대1로 물리치며 올림픽 8연패를 달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여자 단체전에서 대표팀은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믿었던 선수들이 예선에서 탈락하며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즈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10일 새벽 남자 펜싱 에페 박상영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 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10-14로 뒤진 상황. 해설자조차도 전혀 역전을 기대하지 못했던 순간. 한 점만 내주면 경기가 끝나는 벼랑끝에서 보여준 박상영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국민들에게 단순히 금메달 감동 이상의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11일 새벽 사격의 신 진종오가 명승부를 연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남자 50m 권총 결승에서 초반 6.6점을 쏘는 실수를 범하며 하위권으로 쳐졌지만 뛰어난 집중력으로 선수권을 따라잡았고 극적인 승부끝에 한국 사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3연패 달성은 쉽지 않았다. 결승에서 6.6점을 쏘는 등 실수를 연발하며 하위권으로 쳐져있던 진종오는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였다. 마지막 두 발이 남은 상황에서 호앙 쑤안 빈(42 베트남)에 0.2점 뒤져있던 진종오는 10.0과 9.3을 쏘며 193.7점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일 새벽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장혜진이 양궁 종목 세 번째 금메달을 땄다. 준결승에서 동료 기보배를 꺾고 결승에 오른 장혜진은 독일의 리자 운루를 세트스코어 6대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4년 LA 올림픽의 서향숙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기록을 계속 이어갔다. 시상식에서 장혜진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폐막식 하이라이트 영상에도 포함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양궁 전 종목 석권이라는 숙원을 안고 나선 구본찬. 세계 랭킹 1위인 김우진이 32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구본찬은 8강전에서 탈락의 위기를 이겨내고 극적인 슛오프 승리로 살아났다. 구본찬은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장 샤를 벨레동과 5세트까지 가는 접전끝에 세트 점수 7대3의 승리를 거두며 사상 최초로 양궁 전 종목 석권이라는 신기원의 마침표를 찍었다.

18일 아침에는 태권낭자 김소희가 49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소희는 8강전에서 세계 랭킹 2위의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태국)에 종료 4초 전까지 2-4로 끌려갔지만 종료직전 왼발차기로 4점짜리 공격을 성공시켜 승부를 뒤집었다. 준결승에서도 김소희는 야스미나 아지즈(프랑스)와 연장까지 가는 대결끝에 승리했다. 결승에서는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에 7대6의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소희의 원래 체급은 46kg이지만 올림픽에는 없어 체급을 올려 거둔 결실이라 더 뜻깊었다.

이틀 후인 20일에는 태권도 67kg급의 오혜리가 금메달을 땄다. 오혜리는 세계 1위 하비 니아레(프랑스)에 13-1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회전에서 0-3으로 뒤졌지만 2회전에서 3연속 3점짜리 발차기를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황경선에 밀렸던 설움을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골프여제' 박인비였다. 21일 마지막 4라운드에서 박인비는 버디 7개, 보기 2개로 5타를 더 줄이며 최종 16언터파로 정상에 우뚝섰다.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 골프의 챔피언은 박인비였다. 박인비는 남녀 골프 통틀어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을 석권한 '골든 슬램'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박인비의 승리는 허리와 왼 엄지 인대 부상을 이겨내고 거둔 승리라 더욱 감동적이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