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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요의 강속구, 이번엔 영웅타선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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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와 타자 사이에는 미묘한 상성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A팀 타자들을 상대로는 엄청난 위력을 보이는 투수가 B팀 타자들 앞에서는 흠씬 두들겨맞는 현상이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선발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가 이에 해당한다. 올해 롯데 자이언츠를 만나면 극강의 위력을 보여줬지만, 반대로 넥센 히어로즈 앞에서는 처참히 무너졌다.

기록으로 확실히 입증된다. 카스티요는 올해 롯데전에 3번 등판해 2승무패에 평균자책점 1.74(20⅔이닝 4자책)를 기록했다. 롯데 타자를 상대로 15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5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시즌 최다이닝 투구(8이닝) 역시 7월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달성했다.

반면 넥센을 상대로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 첫 등판(6월25일 대전 롯데전)에서 기분좋게 승리를 따낸 뒤 6월30일 고척 넥센전에 호기롭게 나섰지만, 불과 2⅔이닝만에 무려 8안타 2볼넷 1사구로 6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패배를 떠안았다.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상당히 정교했던 제구력이 넥센 앞에서는 흔들렸다. 롯데 타자들이 꼼짝없이 당했던 150㎞ 후반의 강속구는 희한하게 넥센 타자들에게는 쉽게 얻어맞았다.

이후 카스티요는 넥센전에 나서지 않았다. 한화와 넥센의 경기 자체가 6월30일 이후부터 8월22일까지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스티요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일수도 있다. 넥센전 트라우마를 씻어내면서 설욕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수의 시간이 결국 찾아왔다.

카스티요가 무려 54일만에 넥센 타선을 상대하기 위해 출격한다.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넥센과의 홈경기에 선발 예고됐다.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복수의 칼날이 제대로 먹혀들지가 최대 관심사다. 카스티요 개인 뿐만 아니라 한화에도 무척이나 중요한 매치다. 22일까지 7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서둘러 승수를 쌓아야 한다. 이제 33경기 밖에 남지 않아 여유가 없다. 넥센전 승리가 절실하다.

특히나 올해 한화는 넥센을 상대로 크게 고전했다. 12번 싸워 4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이 여파가 현재 순위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한화가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런 일방적인 흐름에서도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그 선봉의 역할을 카스티요가 맡게된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카스티요의 최대 무기는 강속구다. 하지만 지난 경기를 통해 넥센 타자들의 속구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때문에 두 번째 등판에서는 패턴 변화가 필수적이다. 볼배합의 다양화하는 동시에 제구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포수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넥센 타자 중에서는 이택근과 김하성, 김민성 등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과연 카스티요가 넥센을 상대로 화끈한 복수전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