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진주가 많이 마음이 아팠잖아요. 저는 태민이가 아니라 상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 부분이 답답했어요. 아니 진주가 엄마한테 당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러니 진주가 계속 울잖아요."
KBS2 주말극 '아이가 다섯' 마지막 촬영을 앞둔 배우 안우연을 만났다. 이제 데뷔 1년 남짓인 신인 배우지만 그는 착한 남자이지만 사랑 앞에선 직진인 김태민 캐릭터를 통해 안방극장에 존재감을 제대로 알렸다. 눈앞에서 진주(임수향)을 갑작스레 떠나보내던 태민의 심정을 토로하는 안우연은 그 자체로 태민이었다. 아직 역할에 푹 빠져있던 그는 이 순간이 흘러가는게 많이 아쉬운 듯 보였다.
"지금 이 순간이 딱 '아이가 다섯'의 마지막 촬영 직전이네요. 굉장히 시원섭섭하고 7개월 동안 함께한 모든 감독님, 선배님, 배우분들 스탭들이랑 헤어지는 게 제일 슬프네요. 7개월 동안 일주일에 적어도 세, 네번씩은 봤는데 끝난다는 게 먹먹하기도 하고 속상해요."
'아이가 다섯'은 tvN '풍선껌' 이후 안우연에게 두번째 작품이었다. 올해의 대부분을 '아이가 다섯'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선배, 동료들을 얻었고 연기적으로 값진 경험도 얻었다. 그만큼 안우연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가족 같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이모, 엄마, 아빠 삼촌 같고. 이런 분위기 느낌이었죠. 50부작인 데다가 후반엔 저에게 집중되고 그로 인해 분량이 많아졌잖아요. 그래서 연기 공부를 많이 했어요. 오랜 기간동안 선생님, 선배들의 충고도 듣고 연기적인 노하우도 알게 되었죠."
신인인 그가 긴 호흡의 극을 해낼 수 있었던 건 동료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같은 또래인 신혜선과 임수향과는 자연스럽게 친해져 몰입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집중할 수 있었고, 유독 대 선배들이 많았던 현장이기에 값진 조언들도 많이 얻었다. 안우연은 특히 안재욱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안재욱 선배는 처음 보자마자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긴장만 했어요. 그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처음이라 그런 거야. 눈을 보고 눈을 맞추자. 편해질거야 그럼'이렇게 먼저 말씀해주셨죠. 그 후로 눈 마주치면서 연습하고, 대본 슛 들어가기 전에도 좋은 말씀 해주시고. 늘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정말 연기의 10년 넘은 노하우를 알려주시면서 직접 재연해주시기도 했어요. 진짜 너무 감사한 거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건 실제 태민의 형으로 출연했던 김상민 역의 성훈이다. 극 중 성훈과 안우연은 전혀 다른 성격임에도 놀라운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안우연은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성훈 형, 성훈 형"하며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매일 봤기 때문에 많은 의지가 됐었어요. 엄청 친해요 지금도. 제가 신인이고 또 이런 연기가 처음이기 때문에 그 입장을 잘 생각해서 말해줘요. 사실 대선배들이나 선생님들께서 연기적 충고를 해주면 그 정도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완전 신인이거든요 저는. 그래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성훈 형은 그 마음을 알았는지 제 시선에 맞춰서 설명해주더라고요. 진짜 고맙죠."
태민을 위해 가장 신경쓴 부분은 바르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진짜 신경 많이 썼다. 초반에 제가 연기를 준비해 갔을 때 아직까지는 소위 날티가 나는 모습들이 보였나보다. 그러면 안되는데, 잘못 분석한건가 싶었다. 아직 미숙하다보니 그런 것들로 감독님께 충고도 받고 모범적인 태민이를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김태민의 바른 모습은 특히 어머니들에게 인기를 많이 얻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부모님이 저보다 훨씬 좋아한다"고 전했다. 가족과의 외식이 불편할 정도다. "최근에 실감을 했 던게, 보통 식사할 땐 사람들이 긴가민가 쳐다보고 그랬는데 요즘엔 부모님이랑 식사하기 불편할 정도로 '사진 찍어달라' '싸인 해달라' 이런 게 좀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실감이 났죠. 주말 드라마다 보니 아무래도 또래보단 어른들이나 부모님들이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눈앞에서 그를 보니 실제 극중 태민이 앉아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딘지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바른 자세, 따뜻한 웃음이나 눈빛, 그럼에도 솔직한 말투 모두 그대로였다. 아직 역할에 빠져나오지 못해서인지 혹은 실제 안우연도 태민이와 같은 결의 남자인지 궁금해졌다.
"닮은 부분이 있긴 한데 미세하게 조금 달라요. 친한 친구들, 가족들과 있을 땐 편해지면 천진난만하단 소리를 많이 들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요. 그런 장난꾸러기 같은 부분이 태민이랑 닮았죠. 근데 태민이만큼 완전 모범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또 공부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고요. 태민이는 너무 심하죠. 그걸 따라잡을 수는 없고(웃음)"
실제 안우연의 연애 스타일도 궁금해졌다. 태민이처럼 밀당 없이 직진으로 가는 스타일, 그리고 착한남자일까. 그는 "연애를 안한지 2년이라 앞으로 또 어떻게 연애할지 모르겠는데, 사실 지금까지는 리드하는 편이었다. 평소 장난기도 심하고 그러니 여자들이 많이 오해하기도 했다"며 "특히 일 할때, 연기공부 할 땐 두 가지를 잘하지 못하는 건지 연락을 잘 못하고 그런 편이다. 그런 부분은 철저하다. 일 할거 해야하고 운동할 때는 연락 못한다"며 태민과 는 달리 '은근 나쁜 남자' 임을 인증했다. 이어 "그래도 다정할 땐 확실히 다정하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래도 태민과 안우연이 확실히 닮았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이른 나이에 성숙하게 됐다는 점이다. 안우연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랜기간 연기자의 꿈을 꿨다. 9년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두번째 작품임에도 오롯이 태민이 될 수 있었다. "고3때 입시로 시작해서 대학에 가서도 쭉 연기를 했어요. 연극무대나 학교 내 단편 영화도 계속하고요. 어쩌다 가수 연습생도 2년 하게 됐는데 아니다 싶어 결국 다시 배우의 길로 돌아왔죠. 그러나 점차 CF도 찍게 되고 하나씩 출연하다가 작년에 운이 좋게 지금 회사를 만나게 됐어요. '아이가 다섯'도 하게 되고… 그러다 정신 차려보니까 지금이네요. "
'아이가 다섯'으로 맘껏 연기 열정을 펼치며 꽉 찬 상반기를 보낸 안우연, 올 하반기는 SBS 새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통해 또한번 시청자들을 찾는다. 오대구 역으로 서울로 유학 온 대구 사나이로 무심히 내뱉는 사투리에서 상남자와 소년을 오가는 매력적인 고등학생을 연기한다. 바른 소년 태민과는 전혀 상반되는 매력을 보여줄 예정, 이처럼 계속 쉬지 않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는 당찬 말을 전했다.
"일단 가까운 목표가 결코 쉬지 않는 거예요. 욕심인가(웃음) '질투의 화신'이 끝나고도 쉬지 않게 일하고 싶어요. 힘들지만 이상하게 별로 안힘드네요. 7년 배우를 준비하는 동안 하고 싶어도 못했기 때문에 지금 일할 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일단은 아무래도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배우인데 연기 못하면 안 되니까 정말 열심히 하려 하고 있어요. 많이 지켜봐 주세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뉴미디어팀 이정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