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아이가 다섯'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이가 다섯'이 21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32.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는 지난 방송분(26.8%)보다 6%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이전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은 7월 24일 방송된 46회(32.1%) 였다. 이로써 '아이가 다섯'은 평균 시청률 27.16%라는 기록을 세우며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아이가 다섯'은 2월 20일 24.6%의 시청률로 시작한 뒤 꾸준히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우선 배우들의 호연이 빛을 발했다. 안재욱과 소유진은 재혼 가정의 리얼한 모습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안재욱은 아내와 사별한 뒤 두 아이를 홀로 기르는 싱글 대디 이상태 역을 맡아 자상한 아빠의 면모를 보여줬다. 아이들의 안정을 위해 자신의 행복마저 뒤로 미루려 하고, 재혼한 뒤에는 아내의 아이들까지 마음으로 품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또 소유진과의 러브라인에서는 청춘스타 못지 않은 달달한 모습으로 '로코저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소유진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아이 셋을 기르는 슈퍼 워킹맘 안미정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냈다. 때로는 망가짐도 불사하며 웃음을 선사하고, 또 때로는 각박한 현실을 홀로 버텨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린 이시대 워킹맘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며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애절하고 절절한 감성연기에 힘입어 소유진은 '백종원 아내'라는 수식어를 떼고 '배우 소유진'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성훈 신혜선 안우연 임수향은 청춘남녀의 발랄한 로맨스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상민 역의 성훈과 이연태 역의 신헤선은 안하무인 톱스타와 모태솔로 철벽녀의 사랑을 유쾌하게 표현해내며 '단호박 커플'로 큰 사랑을 받았다. 김태민 역의 안우연과 장진주 역의 임수향은 바른 생활 사나이와 눈치 백단 백여우 장진주의 애절한 러브라인을 그려냈다. 이들 커플의 이야기는 안재욱과 소유진의 재혼 로맨스가 늘어질 때마다 빛을 발하며 시청자가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줬다.
자칫 붕붕 뜰 수 있는 분위기는 관록의 배우들이 잡아줬다. 장용 박혜숙 최정우 송옥숙 등 베테랑 배우들이 웃음과 감동을 주며 묵묵히 뒤를 받쳐준 것이다. 덕분에 '아이가 다섯'은 어느 한쪽으로도 무게 중심이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갈 수 있었다.
신선한 소재로 승부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었다. '아이가 다섯'은 분명 이제까지 방송됐던 가족극과는 달랐다. 기존의 가족극은 불륜, 출생의 비밀, 각종 음모와 배신 등 막장 코드로 철갑을 두르거나 식상한 신파극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가 다섯'은 '재혼'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며 현실 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엔 반목했던 이상태 가족과 안미정 가족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서며 진정한 가족으로 다시 뭉치는 과정은 잔잔한 힐링을 선사했다.
현실공감 로맨스에 집중했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이제까지 그 어떤 가족극도 커플 성사 여부에 관심을 쏟게 만들진 못했다. 자극적으로 시댁 혹은 처가와의 갈등, 가족간의 오해와 불신 등을 그려내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다섯'은 안재욱-소유진, 심형탁-심이영, 성훈-신혜선, 안우연-신혜선의 로맨스에 온전히 초점을 맞췄다. 각 커플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심지어는 불륜 커플인 권오중-왕빛나가 헤어질 것인지, 사랑을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이들의 로맨스는 자극적이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갈등과 화해, 사랑을 차분히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오죽하면 '가족극인데 로코물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이 있었을 정도다. 지극히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려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던 정현정 작가의 필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셈이다.
'아이가 다섯' 후속으로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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