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열린 사상 첫 올림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밝힌 성화가 꺼지면 올림픽 시계도 멈춘다. 선수들은 또 다른 4년을 기약하며 지구촌 곳곳으로 흩어진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서른 한 번째 하계올림픽인 리우올림픽은 6일(이하 한국시각)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꿈의 향연이었다. 희로애락이 어우러진 각본없는 드라마가 리우를 수놓았다. 어느덧 종착역이다. 리우올림픽은 22일 오전 8시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폐막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박찬준 기자
▶무너진 10-10의 역사
리우올림픽 한국의 목표는 '10-10'이었다. 금메달 10개 이상을 수확해 4회 연속 종합메달 순위 10위 안에 든다는 계획이었다. 한국은 1984년 LA 대회에서 처음으로 10위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잠시 10위권 밖(12위)으로 밀려났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금메달 9개로 9위에 오른 뒤 2008년 베이징에서는 금메달 13개로 7위, 2012년 런던에서는 금메달 13개로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계는 12년 전으로 후퇴했다. 아테네 대회 이후 12년 만에 '10-10' 달성에 실패했다.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마침표를 찍었다. 다만 종합순위에서 10위 안에 포진했다. 한국은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 프랑스에 이어 8위에 위치했다. 이탈리아, 호주, 네덜란드, 헝가리 등이 뒤를 이었다.
총 메달 수는 21개에 그쳤다.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를 합쳐 총 33개의 메달을 수확한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금 4)과 출전 선수 전원이 메달을 획득한 태권도(금2, 동3) 외에 성적은 초라했다. 전통적인 효자 종목에서 충격의 늪에 빠졌다. 유도, 레슬링, 배드민턴이 '노골드'로 대회를 마쳤다. 4년 전 런던 대회에서 각각 금메달 2개씩을 수확한 사격과 펜싱도 떨어졌다. 각각 금메달 1개씩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탁구는 28년 만의 첫 노메달로 깊은 한숨을 내쉰 가운데 단체 구기 종목에서 1972년 뮌헨 대회 이후 44년 만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축구와 배구는 8강에서 멈췄고, 핸드볼과 하키는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자골프의 박인비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마지막 힘을 쏟았지만 무너진 10-10의 아픔은 되돌릴 수 없었다.
▶더이상 편식만으로 힘들다
이번 대회 한국이 딴 금메달은 총 9개. 자세히 살펴보면 양궁이 4개, 태권도가 2개, 펜싱, 사격, 골프가 각각 1개씩을 수확했다. 사상 첫 전종목 싹쓸이 신화를 이룩한 양궁,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킨 태권도, '뉴스타' 박상영을 발굴한 펜싱, 한국 올림픽사 최초의 3연패를 달성한 진종오의 사격, 116년만에 돌아온 올림픽에서 첫 금을 수확한 골프 모두 환희를 누릴 자격이 있다.
문제는 일부 종목에 메달이 편중됐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금, 은, 동메달을 합쳐 총 2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 중 메달을 일군 종목은 단 8개 뿐이다. 나머지 16개 종목은 들러리에 그쳤다. 한국과 비슷한 메달수를 기록한 네덜란드와 브라질(이상 18개)은 각각 11개의 종목에서 메달을 얻었다. 41개의 메달을 따며 주목을 받은 일본도 11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메달밭은 넓을수록 좋다.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전통적 강세 종목 외 종목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매 올림픽마다 지적된 기초종목 육성은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대회 가장 많은 금메달(육상 47개, 수영 33개, 체조 14개)이 걸린 기초 종목에서 한국은 단 한 개의 메달도 얻지 못했다. 박태환(수영) 양학선(체조) 등 '천재'에만 의존했던 한계가 드러났다. 그 사이 '이웃' 중국과 일본은 기초 종목에서 크게 앞서갔다. 결국 그 차이만큼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한국이 스포츠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편식만으로는 힘들다.
▶이유있는 일본의 역습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할 것 중 하나는 일본의 약진이다. 일본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21개를 차지하며 종합 6위에 올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종합순위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이유는 역시 투자다. 일본은 지난해 5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스포츠 정책을 총괄하는 '스포츠청'을 신설했다.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예산을 74억 엔(약 827억 원)에서 103억 엔(1150억원)으로 증액했다. 전략적 육성 종목과 선수 쪽으로 예산을 집중했다. 성과는 즉시 나타났다. 유도, 여자레슬링 등 전통적 효자 종목 외 수영, 육상 등에서 눈에 띄는 결실을 맺었다. 특히 육상 400m 계주에서 미국을 제치고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투자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다. 이번 대회에서 단숨에 빅3로 도약한 영국 역시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뿌린 씨앗이 결정적이었다. 영국은 4년간 올림픽 메달 유망주들의 훈련에 총 3억5000만파운드(약 4945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은 갈수록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도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은 스포츠 예산을 2년 안에 1000억 엔(1조1069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2020년 도쿄올림픽서 한-일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새로운 4년이 시작된다. 도쿄올림픽을 향한 총성이 울린다. 더 나은 작품을 위해서는 리우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