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을 주고 싶다."
손연재(22·연세대)의 표정 밝았다. 메달 실패의 아쉬움 보다는 그동안 짓눌렀던 압박감에서 탈출한, 무엇보다 4년 간 준비했던 모든 것을 완벽히 소화한 후련함이 더 큰 듯 했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후프-볼-곤봉-리본 총합 72.898점을 기록, 전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런던올림픽 보다 한단계 올라서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연재는 첫 번째 세션인 후프 종목에서 18.216점을 받으며 순항했다. 볼(18.266점)과 곤봉(18.300점)까지 깔끔하게 연기를 마친 손연재는 전체 4위로 마지막 리본 종목에 나섰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원곡에 미셀 카밀로의 재즈 기타 선율이 가미된 '리베르탱고(Libertango)'에 맞춰 강렬하게 연기를 시작한 손연재는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경기를 펼쳤다. 강렬한 탱고 음악에 맞춰 정열적으로 연기한 손연재는 회전과 피봇의 흔들림 없이 마지막 종목을 마무리했다. 리본 점수는 18.116점, 총 72.898점을 기록하며 4위에 랭크됐다.
손연재는 "예선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오늘은 완벽하게 해서 스스로 만족한다. 대한민국 모든 분들이 원한 메달을 아쉽게 따지 못했다. 나는 정말 만족한다. 런던에서 5위했는데 리우에서 4위에 올랐다. 쉬지않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정말 힘든 4년이었다고 했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즐거웠고 행복했다. 벅차고 들떴다. 이번에는 힘든 것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수십번 들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그런 것들과 싸워 이겼기에 여기까지 왔다. 오늘 결과와 상관없이, 리듬체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제가 살아가는 동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열심히 했기에 떳떳한 결과라고 했다. 손연재는 "중학교 때부터 일기장에 세계대회, 올림픽, 월드컵이 열리면 손가락 안에 드는 손연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던 것인데 그 꿈을 이룬 것이다. 기쁘다. 나는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다. 한국에 많은 금메달리스트가 있다. 그것과 비교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느려도 천천히, 계속해서 노력해왔고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며 "100점이 있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 제가 주는 점수니까"라고 웃었다.
손연재는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끝나니까 눈물이 났다. 러시아 선수들 축하해주는데 눈물이 났다. 같이 고생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도 눈물을 흘렸고. 다 같은 마음이다. 다 같은 노력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축하해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짐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후련함의 의미였던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손연재는 한국에서 한국인 답게 지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 그는 "사실 한국에 있던 시간이 최근 6년 동안 1년도 안 된다. 거의 러시아인이 다 됐는데, 한국인으로 살겠다"며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면서 죽기살기로 했다. 올림픽 이후의 것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조금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맺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