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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수원 7연패' 악몽, 10개월만에 탈출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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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23일이 소요됐다. 10개월이 넘는 시간. 한화 이글스가 길었던 '수원 악몽'에서 깨어났다. 10개월여 만에 드디어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t위즈를 상대로 승리했다.

한화는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12대6으로 승리했다.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지난 10개월간 지긋지긋하게 이어진 7연패의 족쇄에서 벗어나 올시즌 처음으로 수원 원정경기에서 kt를 물리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kt와의 시즌 최종전이었던 10월3일 수원경기에서 진 한화는 20일까지 무려 7연패로 끌려가고 있었다. 올해 수원에서는 단 한번도 kt를 이긴 적이 없다.

묘한 징크스였다. kt보다 상위권 팀들을 만났을 때는 전혀 기죽지 않던 선수들이 수원 원정경기에서는 자꾸 위축됐다. '막판 뒷심'이 지난해부터 한화의 팀컬러였지만, 오히려 수원에서는 경기 뒤로 갈수록 약해졌다. 덩달아 벤치의 작전도 빈번하게 엇박자를 내곤 했다. 지난해 10월3일부터 올해 8월20일까지 당한 7번의 패배 중에서 무려 5번이 역전패였다. 선취점을 뽑든, 점수차를 역전시키든 상관없이 늘 마지막에 웃은 건 kt였다. 20일 kt전에서도 한화는 0-2로 뒤지던 2회초 3점을 뽑아 역전했지만, 금세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5-9로 뒤지던 9회초 2사후에 4점을 내며 뒷심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끝내 9회말에 윤요섭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끌려가기도 쉽지 않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kt를 상대로 승수를 벌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꼬박꼬박 승리를 헌납하기만 한 셈이다. 결국 코칭스태프와 선수, 그리고 프런트까지 '수원 징크스'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한 코치는 "이상하게 수원에만 오면 상황이 자꾸 꼬인다"고 했다. 프런트 관계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남몰래 굿이라도 해야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화 타선은 이날 초반부터 홈런포를 앞세워 강하게 공격드라이브를 걸었다. 1회초 송광민이 2점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2회초에는 이용규의 2타점 적시타가 터져 4-0을 만들었다. 이번만큼은 '수원 징크스'를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kt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회말 문상철이 좌전 적시 2루타로 2-4를 만든 뒤 3회말에는 박경수의 우전적시타가 터지며 3-4까지 따라붙었다. 한화 벤치에 다시 긴장감이 맴돌았다. 결국 한화 김성근 감독은 3-4로 쫓기던 3회말 1사 만루 역전 위기에서 선발포수 차일목을 베테랑 조인성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볼배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 이 카드가 성공적이었다. 조인성은 선발 윤규진과 호흡을 맞춰 전날 끝내기 홈런을 친 윤요섭에게 2루수 앞 병살타를 이끌어 내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초반 역전 위기를 극복한 한화는 홈런포를 끊임없이 가동하며 kt의 기를 꺾었다. 5-3으로 앞선 5회초에는 선두타자 로사리오와 후속 양성우가 '백투백' 홈런을 친데 이어 8-5이던 8회초에는 김태균이 올시즌 개인 첫 만루홈런을 터트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말라'는 엄포가 담긴 그랜드슬램이었다. 그럼에도 kt는 9회말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1점을 뽑았다. 승부를 뒤집진 못했으나 '한화 천적'다운 끈기는 보여준 점수였다. 김태균의 만루홈런이 아니었다면 막판에 또 드라마가 나올 뻔했다.

결국 한화는 10개월여 만에 힘겹게 '수원 7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그러나 올해 기록한 '수원 6연패'는 한화에 엄청난 데미지를 남겼다. 절반만 이겼어도 순위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 연패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