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kt 위즈가 다른팀이 얻은 만큼만 외국인 선수 복이 있었다면 올시즌 꼴찌에 머무르고 있었을까.
탈꼴찌를 노리는 막내 kt. 20일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한화 이글스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하지만 경기 전 악재가 생겼다.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즌 아웃. 그나마 타선에서 큰 힘을 주던 마르테까지 이탈해 kt로서는 남은 시즌 운용이 더 어려워졌다.
올해도 외국인 선수 복이 지지리도 없는 kt다. kt가 올시즌 전 다크호스로 손꼽힐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팀과 비교해 외국인 선수 1명을 더 쓸 수 있는 마지막 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트래비스 밴와트가 뚝 떨어진 구위로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요한 피노는 안정된 제구를 뽐냈으나 햄스트링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슈가 레이 마리몬은 초반 행운의 승수를 쌓으며 팀에 공헌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결국 팀을 떠났다. 마리몬을 대신해 새로 영입한 조쉬 로위도 그저 그렇다. 그나마, 피노를 대신해 넥센 히어로즈로부터 데려온 라이언 피어밴드가 괜찮지만 그를 영입한 시점이 너무 늦었다. 여기에 마르테마저 이탈하니 조범현 감독으로서는 한숨만 나온다. 마르테는 올시즌 22홈런 74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전반기 큰 스윙과 잔부상으로 지난해에 비해 공헌도가 낮았다. 후반기 부활했지만 타율은 2할6푼5리였다.
올시즌 뿐 아니다. 지난해에도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못한 kt다. 마르테는 좋은 활약을 펼쳐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3명의 투수들은 모두 실패작이었다. 필 어윈과 앤디 시스코는 조기 퇴출됐다. 크리스 옥스프링은 나이 문제로 재계약이 사실상 힘든 투수였다. 대체 외국인 타자 댄블랙 효과를 잠시 누렸지만,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계속된 부진, 부상의 반복. 여러 원인이 있다. 일단, kt 구단 구조적 문제가 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큰 돈을 투자하지 못한다. kt는 야구단 운영에 있어 항상 '남들 하는 만큼'을 유지한다. 최대한 지출을 아끼려 하는 그룹 분위기다. 항상 최저 연봉 수준 선수들 영입에만 애를 썼다. 몸값이 싸다고, 무조건 못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성공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
스카우트팀의 눈도 부족해 보인다. 비슷한 액수의 외국인 선수가 성공하는 사례가 타 팀들에는 많다. kt는 지난해 투수 중 필 어윈에게 가장 많은 돈(55만달러)를 투자하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어윈은 실력도, 의욕도 없었다. 올해는 다르 것이라고 외쳤지만, 기존 선수들의 부진에 멕시코 투수왕이라며 영입한 로위도 평범한 국내 4~5선발 수준의 구위를 가진 투수였다.
이제 kt는 내년 시즌부터 다른 선배팀들과 같이 총 3명의 외국인 선수만 활용할 수 있다. 안그래도 약한 전력인데,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까지 밀리면 끝이다. 살아남으려면, 대대적인 투자를 하든 보물을 찾아오든 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로는 가장 힘을 실어주지 못하며 좋은 성적만을 기대하는 구단 분위기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