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부터 현재까지. 한화 이글스 선발 투수 송은범의 커리어는 '실패'로 얼룩져왔다. 잦은 부상과 구위 난조 등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남겼으니 이런 평가가 당연하다. 또한 한화 역시 FA로 송은범을 영입한 게 큰 실수라고 비난받았다.
그러나 이런 평가를 한꺼번에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까지의 실패와 오류는 올해 잔여시즌 동안 송은범이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지워질 수도 있다. 소속팀 한화가 그만큼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있기 때문. 그 위기를 돌파하면서 팀이 가을잔치에 진출할 수 있도록 송은범이 앞장 선다면 지난 과오들은 얼마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첫 무대가 바로 20일 수원 kt전이다.
송은범은 2014시즌을 마친 뒤 FA자격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4년간 총액 34억원의 후한 조건이었다. 당시 한화에 막 부임한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사령탑시절 송은범을 전천후 자원으로 유용하게 활용했다. SK 세 번의 우승(2007, 2008, 2010)에 송은범이 기여한 바가 컸다. 한화에서도 이런 모습을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송은범은 과거와 달랐다. 제구력이 무너졌고, 볼끝도 밋밋해진 상태였다. 부상도 그를 괴롭혔다. 결국 2015시즌 3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7.04에 2승9패 4세이브 1홀드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올해도 비슷하다. 어깨 근육 부상으로 재활을 진행하다가 지난 16일 청주 두산전에 복귀했는데 이날까지 포함해 총 21경기에 나와 2승7패, 평균자책점 5.46을 찍었다. 평균자책점이 조금 향상됐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다. '잘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그런데 송은범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컴백해 가장 임팩트 강한 성적을 남기면 된다. 마침 그러기 위한 기회는 완벽하게 갖춰졌다. 어깨 부상에 관한 재활을 마치고 1군 엔트리에 돌아온 송은범은 20일 수원 kt전에 선발 복귀전을 치른다. 부상 이후 처음 선발 복귀전이다. 시즌 막판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 점점 밀려나는 듯한 한화에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한화는 올해 kt에 유난히 약했다. 3승7패1무로 크게 밀렸다. 두산전(2승) 다음으로 적은 승리를 챙겼다. 그래서 비록 kt가 꼴찌긴 해도 늘 부담스러운 상대다. 만약 여기서 또 밀린다면 포스트시즌 진출가능성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송은범이 선발로 나온 것이다. 송은범은 다른 9개 구단 중 kt에 가장 강한 모습(1승1패, 평균자책점 2.03)을 보였다. 이것이 선발 낙점의 큰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송은범에게 거는 팀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송은범에게는 그간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것. 바로 '난세 영웅'의 조건이다. kt전을 필두로 남은 선발 등판경기에서 송은범이 꾸준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분명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뒤바뀐다. 과연 송은범은 스스로 자신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