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무척 더웠다. 너무 더워서 어디 선뜻 나서기조차 쉽지 않았다. 아직 그 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절기도둑은 못한다고 이제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8월 중순이 지나 더위가 한 풀 꺾이는 이즈음이 여행 시작의 적기다. 때를 맞춰 명품 여정을 꾸릴 수 있는 여행 지침서가 한 권 나왔다.
대한민국 대표 여행 작가로 손꼽히는 양영훈 씨(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역임)가 알프스의 속살을 제대로 담아낸 오토캠핑서 '알프스 자동차여행 66'(예담)을 펴냈다.
'알프스 자동차여행 66'은 광범위한 알프스 지역을 세분화하여 하나의 코스로 여행할 수 있도록 아우른 가이드북으로, 아직 국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은 미지의 여행지를 알토란처럼 담아내고 있다. 알프스산맥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캠핑하고, 웅대한 산자락 곳곳의 크고 작은 길을 구석구석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알프스는 슬로베니아에서 이탈리아까지 동서 길이만 2,400km에 달하는 거대한 산맥이다. 저자는 금번 저서를 통해 알프스의 66개 도시와 마을을 순서대로 잇고 있다.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독일, 리히텐슈타인 7개국에 걸친 알프스 권역을 한 바퀴 도는 환상 루트를 그려 놓았다.
베네치아· 비엔나· 제네바 등 잘 알려진 대도시를 비롯해, 고타드 패스· 알불라 패스· 푸르카 패스 등 유럽 역사를 좌우했던 고갯길, 마이엔펠트· 모뇨· 실스마리아 등 알프스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작고 개성 넘치는 산골 마을까지 알프스의 진면목이 녹아내린 장소들이 빼곡하다. 뿐만 아니라 오트 루트· TMB 트레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프스의 트레킹 코스도 함께 아우르고 있다.
상세한 친절 정보도 눈에 띈다. 트레킹을 보다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상세 지도, 캠핑장· 고속도로· 주요 관광지 등의 핵심 정보는 물론, 렌터카 빌리는 법, 유럽 고속도로와 주차장 이용법, 여행비용과 동선 정하는 법 등을 수록해, 알프스 지역을 처음 여행하는 사람도 선뜻 나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알프스 자동차여행 66'은 알프스의 문화와 역사, 인물, 자연 등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종합 인문지리서이기도 하다. 역사학도인 저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알프스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한 뒤 직접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만큼 품격 높은 알프스 여행을 위한 지식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아울러 알프스 구석구석을 직접 발로 뛰며 찍은 사진 600여 장도 볼만하다. 햇살 맑은 날의 눈부신 설산, 산상 화원을 보는 듯 군락을 이룬 야생화, 웅장한 폭포, 에메랄드 빛 빙하호,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고갯길 등 알프스의 다양한 속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안개 자욱한 산중의 갈림길에서 만난 이정표 하나가 안전한 길, 가야 할 길을 알려주듯이, 이 책 또한 알프스 여행에 나선 이들에게 명확한 지침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출간의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알프스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철, 그리고 늦여름부터 가을로 이어지는 시기의 풍광이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여행 마니아들은 이 시기에 주로 알프스를 찾는다. (양영훈 지음/ 예담/ 552쪽/ 1만6500원)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