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만큼 기분 좋은 동메달이다."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의 표정은 밝았다. 이대훈은 1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자우드 아찹(벨기에)을 11대7로 꺾었다. 이 승리로 동메달을 확정한 이대훈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태권도 남자 선수로는 처음이다. 이대훈은 "8강에서 졌지만 소중한 기회 와서 한경기 한경기 최선 다했다.동메달이라도 가져가서 기쁘고 금메달 만큼 기분 좋다"고 했다.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대훈은 이번 대회를 통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러나 8강에서 다크호스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무릎을 꿇으며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났다. 이대훈은 "주위에서 지니까 되게 걱정을 해주셨다. 격려도 해주시고 그런데 나보다 더 실망한 것 같더라. 나보다 더 속상해하는 모습 보면서 더 경기 잘해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 들었다"고 했다. 특히 8강전 패배 후 상대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모습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대훈은 "승자가 나타났을때 패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승자도 진정한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인정하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다. 부상에도 기어코 머리공격에 성공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대훈은 "태권도가 앞발 들고 차는 힘이 뒷발만큼 세다. 빠르고 힘있게 치고 나오는 스피드로 차야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 된다. 그런 태권도 하고 싶어서 발을 들고 있는다. 그때 부딪혔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웃었다.
이대훈은 이번 대회를 치르며 유독 많이 배웠다는 이야기를 달고 살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지 배웠다.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리우를 준비하면서 4년이 아닌 몇개월 단위로 준비했다. 세계선수권 목표로 몇개월 열심히 했더니 세계선수권 대표가 되고 그런식으로 몇개월씩 쪼개다보니 리우올림픽까지 왔다.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 보이고 싶엇다. 나는 만족했지만 응원해주신 분들이 어케 생각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은 남았다. 아직 그의 올림픽 커리어에 금메달은 없다. 이대훈도 "아무래도 금메달이 없어서 아쉬움은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한번의 기회를 더 노릴 생각이다. 그는 "도쿄올림픽에서는 응원해주시는 분들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 여기서 포기하는 대신 태권도 선수 이대훈으로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