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못땄다고 인생 끝난 것 아니다."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의 표정은 밝았다. 아쉬움 보다는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이대훈은 1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8강전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8대11로 무너졌다. 4년전에 이어 또 한번 올림픽 금메달이 좌절됐다. 이대훈은 "일단 생각했던 것보다 상대가 훌륭한 선수였다. 모든 면에서 즐기는 선수였던 것 같다"며 "메달을 못따고 졌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평생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가지 경험을 했다. 이것 하나 졌다고 기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부가우시는 이대훈이 대회 전부터 경계했던 선수다. 이대훈은 "매 상황마다 대처하는 선수를 보며 많이 배웠다. 나보다 편하게 마음을 먹는 것 같았다.대비는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발도 더 날카롭고 묵직했다. 한 경기를 두고 봤을 때 상대가 나보다 경기 운영을 잘했다"고 했다. 이어 "경기 중반에 까다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계속 공격해서 상단을 맞춰서 점수를 좁혔지만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했다. 몸통 몇 개 점수가 나와야 하는게 좀 부정확했다"며 "제 분석에는 오른발보다 왼발이 워낙 좋았다. 왼발을 방어하고 견제하면 됐다. 힘이 좋았던 선수. 웨이트를 많이 해서 힘에서 자신 있었는데 경기를 영리하게 풀어나갔다"고 아쉬워했다.
1회전에서 기권승이 나오며 제대로 몸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훈은 "경기장 분위기나 적응 등에서 좀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 조금 더 감을 익혀서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그걸 핑계대고 싶진 않다"고 했다. 그는 "
작년에 체급을 올린 후 성적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자만심이 생겼다. 너무 잘돼서 올림픽에서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졌으면 오히려 편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 후 아부가우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대훈은 "예전에 어릴 때만 해도 지면 내가 슬퍼하기 바빴다. 지난 올림픽 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못 봤다. 속으로는 아쉽지만 상대를 존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이대훈은 더 큰 사람을 꿈꿨다. 그는 "계속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른 공부를 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