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완벽한 작전이 한화 이글스의 허를 찔렀다.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19일 잠실구장. 5회초까지 0-1로 밀리던 LG는 5회말 이천웅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6회말 상대 3루수 송광민의 실책으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2사 1, 3루 찬스. LG 양상문 감독은 9번 정주현 대신에 대타 양석환을 투입했다. 이 대타 투입부터 LG의 기가 막힌 1점 짜내기 작전이 시작됐다.
한화 투수는 권 혁. 일단 한화 배터리는 찬스 상황서 상대가 대타를 투입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1루주자 정성훈이 권 혁의 신경을 건드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마치 투수에게 걸려주는 듯 도루를 감행했다. 복잡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권 혁은 당연히 1루주자가 걸렸다는 생각에 1루수 로사리오에게 토스. 로사리오는 2루까지 열심히 뛰는 정성훈의 뒷모습을 보며 당연히 2루로 송구. 이 때 정성훈이 방향을 다시 1루쪽으로 틀었다. 로사리오가 2루로 공을 던지는 순간, 3루에서 상황을 살피던 오지환은 주저없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빠른 발을 가진 오지환이라면 공이 1루에서 2루에 갔다, 2루에서 다시 홈으로 오는 사이 충분히 세이프 될 수 있었다.
이 플레이가 정성훈의 도루 실패에서 나온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다. LG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집중 연습을 했던 상대 교란 더블 스틸이다. 1점이 정말 필요한 순간, 써먹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였다.
작전이 성공되자 평소 덕아웃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양상문 감독이 포효했고, 작전을 진두지휘한 유지현 3루베이스 코치도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서로를 꼭 이겨야 하는,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경기에서 경기 중반 2-1, 3-1 스코어는 천지 차이. 이 1점이 LG에는 승리의 쐐기점이 됐다. 한화가 8회초 1점을 추격한 것을 감안하면 천금의 점수였다. LG 덕아웃이 한화 덕아웃에 제대로 한방을 먹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