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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②] 김준호 "KBS에 김준호쇼 제안..지상파서 독한 개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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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 전혜진 기자] ☞출장토크① 에서 이어집니다.

버라이어티와 함께 김준호의 예능 세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로 대표되는 콩트 연기다. 김준호는 1995년 SBS 공채 5기로 데뷔한 뒤 군제대 후 1999년 KBS 14기로 이적하면서 개콘 활동을 쭉 이어오고 있다. 올해 40세인 그는 방송 콩트 무대에 서는 최고령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김준호는 '유머일번지', '웃으면 복이 와요'의 윗세대 코미디언과 '개콘', '웃찾사'의 신세대 개그맨들을 잇는 가교로 비쳐진다. 다양한 방송 활동을 펼치면서도 개콘 출연을 고집하고 방송이 역할을 뛰어넘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을 기획한 이유도 스스로 이를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콘 얘기를 꺼내자 '1박2일'과 달리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 전성기 20%대 시청률을 유지하던 개콘은 케이블 방송의 위협 속에 최근 꾸준한 시청률 하락을 겪었고 올해 들어서는 평균 1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요즘 개콘을 얘기하면 '위기'란 말이 가장 먼저 나오는데 동의하나요?

▶위기란 말이 나온 지는 오래 됐죠. 문제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죠. 올해 31기 신인들이 들어왔는데 항상 얘기하지만 얘네들이 잘 해야 해요. 스타가 나와야지. 스타들이 나오려면 재원이 좋아야 하는데 처음 보면 퍼져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일단 신인이니까 너무 얼어있어요. 그런데 감이 있는 애들은 빨리 선후배 관계를 풀어요. 그래야 개그도 잘 나오고 성장하죠. 그래서 제가 말을 많이 해요. (김)영철이 형은 신인 때 국장하고 농담 따먹기를 했다고. 장동민은 들어온 지 2개월만에 나한테 '선배 술 사줄까요?' 그래요. 내가 속으로 '이런 미친X이 다 있나' 생각했는데 계속 '내가 돈 많은데 내가 사면되지, 선후배를 뭘 따져요' 그래요. 그래서 술 얻어먹고 친해졌죠.

-신인들을 이끌어야하는 중간급들이 많이 빠져나간 이유도 있지 않나요?

▶전체적으로 콘텐츠가 많아져서 그런 이유도 있어요. 방송사와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개그맨들이 옮겨갈 여지가 많아졌죠. 여러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시청률 하락은 지상파 자체의 위기라고 봐야지 개콘 만의 문제로 볼 수 있나요. 한 때 개콘 개그맨들이 tvn '코미디 빅리그'(코빅)로 많이 가는 거처럼 보였지만 안일권 박휘순 같은 애들은 다시 컴백하잖아요. 그러니까 코빅도 정답은 아닌 거죠. 제가 20년간 방송을 하면서 보니까 코미디 방송마다 오르락 내리락해요. KBS가 잘되다가 MBC가 뜨면 지고 SBS가 또 뜨고, 이런 게 반복되는 현상이 있어요. 개콘도 예전엔 늘 잘된 거라고 착각하는데 사실 위기가 과거에도 많이 있었죠. 초기엔 'god 육아일기'랑 붙어서 7%대로 깨진 적도 있어요. 이제 다시 파도를 타도록 노력해야죠.

-지상파 방송의 소재 제약에 억울한 면도 있겠어요.

▶그런 그런 불만은 버린 지 오래죠. 서수민PD 말대로 가족 시간대에 방송되는 개콘은 4인용 식탁에 어울리는 개그를 해야 하거든요. 하다 못해 방귀 소리를 내더라도 예쁘게 포장해야죠. 정치 풍자도 유민상 수준으로 해야지 과거 김형곤 선배처럼은 못하죠. 시청자마다 색깔이 다 다른데. 실제로 고소도 많이 당하잖아요. 저만해도 센 내용을 많이 한 편인데 저랑 같이 일했던 PD들 양복 입고 방통위에 많이 불려갔어요.

김준호는 차라리 독한 개그는 다른 쪽으로 풀어야 한다며 자신의 꿈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비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이다. 개콘으로 공개 코미디 트렌드를 이끌던 KBS는 2004년 '코미디 파일'을 런칭하며 비공개 코미디를 병행했다. '웃음충전소' '희희낙락'으로 이름과 포맷을 바꿔가며 마니아 층을 형성했다. 특히 '웃음충전소'에서 분장개그의 진수를 보여준 '타짱'은 조세호(당시 양배추)를 스타로 만들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심야 방송이라는 한계 때문에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2012년 3월 '개그 스타'를 끝으로 비공개 코미디는 막을 내렸다.

▶비공개 코미디가 시들해진 건 콘텐츠를 대부분 콩트로 채우다보니 트렌드와 안 맞았던 거예요. 전 '김준호쇼'를 통해 콩트 뿐 아니라 게스트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과거 희희낙락처럼 심야 시간대에 하고요. SNL보다 좀 더 독하게요. (KBS에서 가능하겠냐고 묻자) 그래서 사실 좀 힘들 거 같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기획서는 낸 상태에요. '심야 시간대에 개콘보다 독한 아이템으로 할 수 있게 해달라' '추석 특집이나 설 특집으로 일단 한번 해보자.' 그런데 국장님이 아직 답이 없으시네요.

-개콘을 1000회까지 하고 싶다고 했는데 계속 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개콘은 그냥 저한테 밥먹는 행위랑 같아요. 20년째 일상이 되다보니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김)대희 형이나 (박)성호 형이랑 1000회까지 하자고 약속한 건 송해 선생님을 보면서 뭔가 오래 하면 멋있어 보여서죠. 근데 저만 남아있게 됐네요.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개그만 잘한다고 개콘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쟁을 견디는 끈기 뿐 아니라 PD, 동료 후배들과의 원만한 관계도 필수적이다. 그 점에서 김준호는 최적화된 '성격'을 지닌 셈이다. '코코 사태'가 터진 지난해 말, 김준호가 연예 대상 대상 후보에 올랐을 때 후배들이 릴레이로 그를 응원하는 멘트를 날린 대목에서 김준호의 인간 관계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본인이 보스 기질이 좀 있나요?

▶보스 기질이라기보다 잘 이끄는 편이에요. 위원장 같이 장자 붙은거 좋아하고.(웃음) 윗분들과의 마찰, 이런 건 싫어하죠. 보통 개콘에선 아무리 '짬빱'이 많아도 PD한테 검사를 맡아야 하는 데 나이를 좀 먹으면 이게 쉽지 않죠. 전 아직도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후배들은 저도 어렵긴 마찬가지에요. 그러면 개그를 같이 짜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친해지려고 31기 들어왔을 때 밥을 다 사줬더니 거기서도 군대처럼 각 잡고 먹더라고요.

콩트 코미디에 대한 열정은 아시아 최초의 국제코미디 페스티벌 '부코페'로 이어졌다. 일면 즉흥적으로 시작된 '부코페'는 올해 4회를 맞으며 행사 기간이 4일에서 9일로 늘어나고 11개국 30개팀이 참가하면서 가히 국제적인 위상을 갖추게 됐다.

-부코페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에딘버러, 멜버른 같은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이 너무 부러웠어요. '우리도 어떻게 해 볼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조광식(부코페 부집행위원장)이 '내가 다 준비할게 형이 콘텐츠만 만들어줘' 그렇게 해서 일단 시작을 했죠. 처음 목표는 행사 동안 부산이 국제 웃음센터가 되는 거였어요. 3년을 꾸준히 하니까 올해는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더라고요. 에딘버러나 멜버른에서도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죠. 이번엔 에딘버러 조직위가 직접 와서 포럼도 할 예정이에요.

-이렇게 발전한 부코페의 의의를 꼽는다면?

▶부코페가 일조한건 브랜드를 만든 거라고 생각해요. '컬투쇼' '옹알스' '드립걸즈' 정도였던 브랜드가 5월에만 벌써 변기수의 '뉴욕쇼', 김경아 정경미의 '투맘쇼', 박성호 '쇼그맨', 정종철 '비트파이터' '이경규쇼' 등 10개 이상 늘어났어요. 이게 선진국형이고 가야 될 길이거든요. 코미디언들이 스스로 먹고 살 자생력을 기르는 거예요. 공개 코미디는 사실 코너 없으면 굶잖아요. 방송을 하다가 다시 내 공연을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거죠.

김준호는 그를 지탱하는 힘은 어머니라고 했다. 업계에서의 멘토로는 '컬투'의 정찬우를 꼽았다. 2013년 연예대상을 받을 때와 비교해 지금이 본인 커리어에 어느 정도 황금기냐는 질문에는 "큰 변화는 없어요. 더 해야죠. 아직 저의 확실한 브랜드가 없잖아요"라고 몸을 낮춘다.

김준호는 롤모델로 자기 자신을 꼽았다.

"원래 일본 개그맨 기타노 다케시라고 말해 왔는데 어느 방송에서 추신수 선수가 '10년 뒤에 나'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10년 뒤에 김준호'라고 얘기해요."

그는 50세까지는 현재 상태로 바짝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말한 '김준호쇼'는 자신의 브랜드를 세우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 될 듯보인다. 그리고 나중엔 영화를 만드는 꿈도 갖고 있다. 10년 뒤 김준호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sisyphe@sportschosun.com, gina1004@sportschosun.com ,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