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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요의 테일링 직구와 김재환의 기막힌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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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링이 일어난 153㎞의 몸쪽 직구. 그 공을 놓치지 않은 왼손 거포. 결과는 30홈런이었다.

두산 베어스 4번 타자 김재환이 30홈런 타자로 우뚝 섰다. 그는 17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회 손 맛을 봤다. 0-4이던 1사 1,2루에서 한화 선발 카스티요의 초구 직구를 잡아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교적 제구가 잘 된 공을 통타했다.

이로써 그는 지난 2001년 타이론 우즈(34개) 이후 15년만에 30홈런 고지를 밟은 두산 타자로 기록됐다. 우즈, 심정수, 김동주에 이어 두산 소속으로 30홈런을 기록한 4번째 선수이기도 하다. 우즈는 1998년(42개)과 1999년(34개), 2000년(39개), 2001년(34개) 등 총 4차례 30홈런 이상을 때렸다. 심정수는 1999년, 김동주는 2000년 나란히 31개씩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재환은 앞으로 2홈런만 더 때리면 심정수, 김동주(이상 31개)가 갖고 있는 토종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 선다.

한화 선발 카스티요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1~3회 연속 삼자범퇴로 간단히 이닝을 끝냈다. 올 시즌 두 번째 맞붙는 두산 타자를 맞아 직구와 체인지업 움직임이 좋았다. 하지만 4회가 문제였다. 선두 타자 박건우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일이 꼬였다. 그는 후속 허경민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했으나 민병헌을 볼넷, 김재환에게는 우월 3점 홈런을 얻어 맞았다. 초구 직구를 몸쪽 낮은 곳으로 잘 붙였지만 대기 타석부터 직구만 노리고 온 김재환의 방망이를 이기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테일링의 영향이 컸다. 그의 직구는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모든 강속구 투수가 그렇듯 쉽게 때릴 수 있는 공이 아니다. 다만 제구가 아쉽다. 릴리스포인트가 조금만 흔들린다면 어김없이 사구가 나온다. 이날 박건우처럼, 앞서 갈비뼈 부상을 당한 손시헌(NC 다이노스)처럼 타자들은 피할 시간이 없다.

그런데 이 테일링 직구가 왼손 타자에게는 썩 효과적이지 않다. 좌타자 몸쪽에 붙이더라도 홈플레이트 부근에서는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경기 중반 체력이 떨어지면 그의 몸쪽 직구는 좌타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힘 있는 타자들이 이 공을 놓칠 리 없다.

지금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고 있는 밴덴헐크를 떠올리면 쉽다. 그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 동안은 직구 활용을 제대로 못했다. 엄청난 스피드에도 카스티요처럼 테일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도쿠라 겐 코치와 곧게 날아가는 직구를 던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며 '길'을 찾았다. 자신만의 릴리스포인트를 찾아 삼성 에이스 노릇을 완벽히 했다.

하지만 카스티요는 그 수준이 아니다. 전광판에 찍히는 스피드만큼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그 결과 잔뜩 노리고 있는 김재환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상대가 워낙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타자이기에 바짝 붙인다고 던졌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물론 이 홈런 장면은 김재환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타자라면 대포는 고사하고 안타로도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날 29홈런을 폭발하며 김현수가 갖고 있는 두산 좌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8개·2015년)을 경신한 김재환은 요즘 타격감이 물이 올랐다. 특히 2연전 체제가 시작된 9일부터 8경기 동안은 무려 6방의 대포를 가동하며 팀 상승세에 앞장 서고 있다. 이제 김재환 없는 두산 타선은 상상할 수 없다.

청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