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따로 없어요. 될 때까지 해야죠."
제주의 중앙 수비수인 권한진(28). 요즘 죽을 맛이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애써 웃는 권한진.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고민을 숨길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그의 고민은 41이란 숫자에서 나온다. 25라운드까지 제주 실점수다. 제주는 상주(41실점)와 더불어 리그 최다 실점팀의 오명을 안고 있다. 그러니 수비수인 권한진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분명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는데 계속 실점을 한다. 될 듯 될 듯 안되니 정말 힘들다."
알고도 당하는 것 만큼 허망하고 분한 일은 없다. 제주는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수비 불안에 발목이 잡혔다. 올 시즌 제주의 목표 역시 ACL 진출이다. 이를 위해 수비 강화를 다짐했다. 그런데 거짓말 처럼 지난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권한진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부상 선수도 없고, 전력도 보강됐다"며 "모든 선수들이 100%~200% 짜내고 있는데 골을 먹는다.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다.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사실 상대가 잘해서 실점하는 것 보다 우리 실수로 허용하는 골이 많다. 위치 선정, 수비 집중력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쯤에서 제주의 전술을 살펴보자. 제주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 축구를 구사한다. 전통적인 제주의 색깔이다. 올 시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이다. 권한진 이광선 등 장신의 중앙 수비수들이 세트피스 찬스 시 적극 가담한다. 성과는 있다. 두 수비수가 각각 4골씩 터뜨렸다. 웬만한 공격수 수준이다. 하지만 둘 다 발이 빠르지 않다. 공격 가담 후 복귀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닐까. 권한진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와 광선이가 가담하면 다른 동료들이 빈 자리를 채워준다. 실점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 수비는 수비수가 책임져야 한다. 수비수의 기본 임무다. 권한진은 "제주는 공격적인 팀이다. 감독님도 공격 가담을 강조하신다"면서도 "물론 공수 모두 잘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게 바로 프로"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화를 하다보니 권한진의 목소리가 조금씩 밝아진다. 뭔가를 떠올린 모양이다. 권한진이 웃으며 말했다. "수비에 왕도는 없다. 완벽히 틀어막을 때까지, 될 때까지 피 터지게 뛰는 것 뿐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