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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몸값은 '억', '억'… 女 골프 알콩달콩 합숙 그리고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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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 언니는 정말 위트가 있다. 상대의 특징을 잘 끄집어낸다." 분위기메이커를 묻자 김세영(23·미래에셋)은 '맏언니'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지목했다.

극구 부인한 박인비는 "세영이의 웃음 소리만 들어도 재미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나섰다. "두 사람이 흑과 백처럼 완전히 다르다. 저와 희영 언니는 웃음이 터지면 그것을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옆에 앉은 양희영(27·PNS창호)이 웃었다. 김세영은 다시 한번 "코스에서 봤을 때는 경기에만 집중하는 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예상밖의 모습을 보니 너무 웃겼다"며 쐐기를 박았다.

세계 톱랭커인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 리우에서는 마치 웃음 많은 소녀들 같았다. 이들은 경기가 열리는 골프 코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거처를 마련했다. 합숙 분위기는 그야말로 알콩달콩이다. 프로의 세계에선 '나'아니면 '적'이다. 하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궁극적으로 서로 경쟁해야 하는 개인전이지만 대한민국의 그늘아래 '원팀'으로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한 해 수입만 '억', '억' 소리가 나는 톱 클래스 선수들의 특별한 동거라 이채롭다. 올림픽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대회 상금으로만 약 29억원(263만11달러)을 받았다. 올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예년만 못하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받은 상금이 20억원을 훌쩍 넘는다. 2012년(228만7080달러·약 25억원)과 2013년(245만6619달러·약 27억원)에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상금왕을 차지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를 떠나 지난해 LPGA에 데뷔한 김세영은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상금 순위는 4위(182만56달러·약 20억원)였다. 올 시즌 17개 대회에 출전해 이미 약 11억원(101만3363달러)을 벌어들였다.

전인지는 KLPGA를 평정하고 올 시즌 LPGA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KLPGA 상금왕(9억1376만833원)인 그는 데뷔 해에 여자프로골프 3대 투어인 한·미·일 투어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골프 역사를 새롭게 썼다. LPGA US오픈의 우승상금은 81만달러(약 9억원),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 살롱파스컵에선 2400만엔(약 2억6000만원)을 받았다. 올 시즌 LPGA에선 약 9억원(73만4122달러)을 챙겼다. 양희영(27·PNS창호)은 지난해 LPGA 상금 순위 6위(143만8312·약 16억원)였다. 올 시즌은 약 9억원(81만2895달러)을 상금으로 받았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맏언니는 따로 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 박세리 감독이다. '박세리 키즈'를 이끌고 올림픽 첫 무대에 섰다. '금-은-동'을 꿈꾸고 있는 그는 '박반장'이다. 코스 공략 등 전략 수립은 기본이다. 부대찌개 등 손수 음식까지 하며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인지는 "사실 어제 엄마보다 감독님이 더 챙겨준다고 얘기를 했더니 감독님이 결혼을 해야된다고 그러셔서 말을 아끼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정말 선수도 하셨고, 감독의 위치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돌봐 주셔서 굉장히 놀랐다. 선수들을 위해서 작은 부분 하나까지 배려해 주신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한 후 수줍게 다시 웃었다.

여자 골프 대표팀의 분위기는 밝았다. 박인비는 "개인전이지만 단체전처럼 같이 다니고 있고 시간도 보내고 있다.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고.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다. 올림픽에 어떻게 대비할지도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야기하면서 편한 분위기 조성하면서 긴장감도 풀리고 있다.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함께할 수 있는 경기가 더 많으면 더 즐거울 것 같다"고 했다.

아주 특별한 선물도 있었다. 박인비는 16일(한국시각) 연습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177야드의 파3, 6번 홀에서 친 티샷이 그대로 홀컵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2014년 7월 국내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3번 홀에서 국내외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홀인원을 기록한 바 있다. 박인비는 "홀인원이 연습 때도 그렇고 대회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편인데 오늘 되더라.이렇게 홀인원을 하고 나니 본 대회에서도 좋은 징조가 될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기분 좋은 예감이었다.

116년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 무대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 태극 낭자들. 목표를 향한 열정 속에 골프 코스에서 보내는 낮과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보내는 밤이 뜨거워지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