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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그후]롤러코스터 하루 보낸 김현우가 말하는 세리머니, 블라스코, 그리고 '금같은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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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소프요? 생각하기도 싫어요."

악몽같은 하루가 지났다. 김현우(28·삼성생명)의 얼굴에도 미소가 찾아왔다. 완전히는 아니었겠지만 조금씩 아쉬움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김현우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불운한 스타다. 그토록 찾아오지 않았으면 했던 '오심'으로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김현우는 14일(이하 한국시각)로만 블라소프(러시아)와의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16강전에서 3-6으로 뒤진 2회전 5분51초 4점짜리 가로들기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심판이 2점이라고 판정하며 5대7로 아쉽게 패했다. 4년간 준비했던 올림픽 2연패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김현우는 좌절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보조 스타세비치(크로아티아)와의 3~4위전에서 오른팔이 탈골되는 불운을 겪었다. 김현우는 강했다. 불굴의 의지로 기어코 상대를 잡아 돌렸다. 결국 6대4로 승리하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매트 위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큰 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로 국민들에 큰 감동을 줬다. 이날은 71번째 광복절이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보낸 김현우를 15일 브라질 리우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났다. 일단 몸상태부터 물었다. 김현우는 반깁스로 오른팔을 고정시켰다. 그는 "어제 선수촌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MRI(자기공명장치)는 못찍었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뼈에 큰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인대쪽에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시합이 끝났으니까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경기를 마친 후 그의 진짜 속마음이었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는 의례적인 말 말고 진짜 속내를 듣고 싶었다. 흔히 사람은 잠 들기 전에 솔직한 기억과 마주한다. 창피했던 기억, 재미있었던 기억…. 그래서 물었다. '잠들기 전 천장을 보고 무엇이 생각났느냐'고. 김현우는 "'4년이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아쉬움이 컸지만 후련했다. 고생했기에 내 자신에게도 '이제 좀 쉬라'는 말을 해줬다"고 했다. '블라소프가 생각은 안났나'고 묻자 "블라소프는 생각하기도 싫다"며 웃었다. 참, 블라소프가 시상식 때 건낸 말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김현우는 "러시아말로 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화제가 됐던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시합날이 광복절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을때도 태극기에 절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레슬링과 김현우를 응원하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의미를 담았다. 한국 대표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기에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했다. 세리머니 후 뜨겁게 흘린 눈물의 의미도 궁금했다. 김현우는 "그 순간, 올림픽을 준비한 4년이 생각났다. 북받쳤다. 힘든 순간이 있었기에 값진 동메달을 땄다. 오묘했다.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다"고 했다.

아쉬운 김현우를 향해 많은 위로가 쏟아졌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김현우는 "'금메달 보다 값진 동메달'이라고 했을때 마음이 뭉클하더라. 그 말이 내게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어 "당연히 메달 색깔이 중요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큰 것을 얻었다. 위로 해주신 대로 '금메달 보다 값진 동메달'이라고 생각하고 살 것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오심을 잊고 더 큰 도약을 꿈꿨다. 이번 대회에서 보인 경기력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실수를 했다. 실점을 많이 했기에 진 것이다. 결과에 승복한다. 내 부족한 것을 채우겠다"며 "특히 파테르 방어가 부족했다. 4년까지 생각하지 않고 내가 지금 뭐가 부족한지, 뭐를 더 보완할지 차근차근 앞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오심은 괴로웠지만, 김현우는 선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한뼘 더 자라있었다. 이번 리우올림픽이 김현우의 레슬링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길 기대해본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