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이었다.
손흥민(24·토트넘)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무대를 밟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었다. 당시 그는 막내이자 한국 축구의 미래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러시아(1대1 무), 알제리(2대4 패), 벨기에(0대1 패),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알제리전에선 월드컵 데뷔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가 꿈꾼 월드컵은 아니었다.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 최종전 벨기에전의 휘슬이 울린 후 참고 또 참았던 회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형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막내로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새벽에 응원을 해주셨는데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 브라질월드컵에 와서 국민들에게 승리라는 선물을 못 드려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4년이라는 시간을 또 기다려야 한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더 착실하게 준비하겠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더 멋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멋있는 선수들보다 한발 더 열심히 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월드컵은 아직 2년이 더 남았다. 명예회복의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월드컵이 아닌 올림픽이다. 아이러니지만 '아픔의 땅'인 브라질이 2년 만에 품에 다시 안겼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됐다. 세상이 또 달라졌다. 더 이상 막내가 아니었다.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고참'이다. 후방을 주장 장현수(25·광저우 부리)가 리드한다면 그는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파괴력과 빠른 역습, 골결정력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브라질은 통곡의 땅이었다. 손흥민의 꿈은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신태용호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0대1로 석패, 4강 진출에 실패했다.8개의 슈팅 중 유효슈팅은 무려 5차례였다. 수비수의 방해없이 슈팅한 장면도 꽤 있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손흥민의 슈팅은 골대를 외면했다.
손흥민의 올림픽은 진한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 그는 "내가 찬스를 놓쳤고 경기를 망친거 같아서 너무 죄송하다"며 "다들 고생했는데, 너무 아쉬운 결과를 남겨서 미안한다. 국민들께도 죄송하다"고 했다. 또 다시 통곡이었다. 그는 "아쉬움보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손흥민은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린 뒤 온두라스의 침대축구에도 불구하고 추가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린 뒤였다. 손흥민은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적셨다. 그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너무 미안해서 동료들의 얼굴을 못 봤다"며 "어린 선수들이 브라질에 와서 열심히 뛰어줘 고맙다. 많은 팬분들이 실망하시고 아쉬움이 크시겠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비난은 안해주셨으면 좋겠다. 후배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너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