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지나간 일을 잊어야지요. 다가올 경기들이 더 중요합니다."
9연승을 달리던 LG 트윈스.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대8로 패하며 10연승이 좌절됐다. 양상문 감독은 길게 이어지던 연승에도 차분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양 감독은 "연승팀 감독이 아니라, 연패팀 감독 같다"는 농담에 "연승이 기뿐 일이지만 지난 승리들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 어떤 경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들뜰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양 감독의 말처럼 앞으로가 중요한 LG다. 무서운 9연승으로 순위를 많이 끌어올렸다. 4위 SK 와이번스와 불과 1.5경기 차이의 6위다. 7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는 2경기로 벌려놨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하면 당장 가을야구 순위권 싸움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런데 긴 연승을 했던 팀들은 공통적 숙제를 받아든다. 연승이 끊어지면, 그 연승 후유증에 빠진다. 연승을 하는 동안 경기 승리를 위해 엄청난 집중을 하게 된다. 경기를 계속 이길 때는 그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긴 연승이 끝나면, 거짓말처럼 그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한방에 몰려온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긴장감도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긴 연승 후, 거짓말같이 긴 연패에 빠지는 팀들이 많았다.
LG는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14일 삼성과 한 번 더 맞붙는다. 하필이면 상대가 에이스 윤성환을 선발로 내세운다. 이 경기에서 연패 후유증 노출 없이 바로 승리를 거둔다면 LG의 상승세는 당분간 쭉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LG의 연승은 활발했던 타선도 큰 역할을 했지만, 안정적인 선발 야구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연승이기에 그렇다. 공격력의 팀이 분위기를 타 연승을 하는 경우는, 그 타선의 사이클이 떨어지면 다시 어려운 경기를 하기 마련인데 선발 투수가 안정되면 장기 레이스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적은 게 야구다.
과연 LG는 10연승 좌절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LG는 강팀으로서의 이미지를 상대팀들에게 확실히 심어줄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