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7월의 코트는 뜨거웠다. 몬트리올올림픽 출전을 위해 이역 만리 캐나다까지 날아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장신군단을 뚫기 있는 힘껏 날아올랐다. 상대 블로킹에 막힌 공을 받아내기 위해 몸을 날려 팔을 쭉 뻗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뛴 태극전사들은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는 또 한 번 뜨거운 여름을 약속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한국 여자배구는 '역대 최강'이라 불릴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에이스 김연경(29·페네르바체)은 말이 필요없는 배구여제다. 세계에서 가장 몸 값이 비싼 여자 배구선수다. 명성에 걸맞은 공격력은 물론이고 서브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능력도 우수하다. 여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코트 안팎에서 팀을 이끈다. 여기에 양효진(27·현대건설)과 김희진(25·기업은행)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대회 초반 부진하던 김희진은 아르헨티나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에 큰 힘이 됐다.
'메달 획득'을 목표로 리우에 입성한 한국 여자배구는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숙적 일본을 세트스코어 3대1로 완파하고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2차전에서는 장신군단 러시아에 1대3으로 패했지만, 3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3대0으로 격파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앞선 세 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8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한국은 남은 두 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자력으로 8강에 오른다.
한국의 운명을 가를 남은 두 경기 중 먼저 상대할 팀은 브라질이다. 한국은 13일(한국시각) 홈팀이자 세계랭킹 2위인 브라질과 격돌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9위)이 밀리지만 결과는 속단할 수 없다. 한국은 4년 전인 런던올림픽에서 브라질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한 바 있다.
승리를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범실을 줄이는 일이다. 이정철 감독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제는 범실 싸움이다. 범실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은 11일 열린 아르헨티나전에서 범실로 스스로 발목 잡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1~2세트에서 매서운 공격력을 자랑하며 손쉽게 24점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범실로 우왕좌왕하면서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하며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3세트 초반에는 서브범실을 기록하며 주춤하기도 했다. 8강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한국이 범실을 줄이고 승리의 휘파람을 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