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불거졌던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근 옥시와 폭스바겐 등 거대 다국적 회사들이 한국 고객들과 정부를 우롱했듯이 노바티스 역시 국내 사법기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이목이 모아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정부 합동 의약품리베이트 수사단은 지난 9일 한국노바티스가 약 25억90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총 34명에 대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국노바티스의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6명과 의약전문지 등 6곳 및 6곳의 대표이사,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5명 등 모두 3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출석요구에 불응한 전 한국노바티스 대표이사 2명(외국인)을 기소중지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기소 등의 처분을 받은 이들은 2011년부터 올 1월까지 의약전문지나 학술지에 광고비 등으로 총 181억원을 준 뒤 이 매체들을 통해 거마비, 원고료, 강연료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0년부터 리베이트 준 업체와 받은 의사,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자 중간에 매체 등을 끼워 넣는 탈법 '꼼수'를 부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노바티스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유감스러운 일'이 '경영진의 용인 하에 이뤄졌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의 일부 직원들이 규정을 위반한 일'"이라고 검찰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이번 검찰의 기소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리베이트 사건은 일부 직원의 일탈로 한국노바티스와는 관련 없다는 행태에 일각에서는 '꼬리 자르기 수법'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노바티스는 입장문을 통해 "부정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환자와 사회의 신뢰는 장기적 성공을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바티스의 대응과 주장은 그동안 노바티스가 다른 나라에서 벌인 행보를 돌이켜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리베이트와 할인으로 위장된 뇌물을 약국에 제공해 피해를 입혔다며 소송 대상에 올랐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3억9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미국 법무부와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에도 간질병 치료제 트리렙탈 등을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불법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민·형사상 손해배상 합의금으로 4억225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미국의 의약전문매체 스태트는 10일(현지시간) 한국 검찰의 노바티스 경영진 기소 소식과 회사 측 해명에 대해 "이번 사건은 별개의 단발성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노바티스가 앞서 진행된 옥시와 폭스바겐처럼 또 다시 한국과 한국인들을 '국제적 호갱'으로 취급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