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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①] '굿와이프' 나나 "반전 연기력? 오디션만 5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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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기분좋은 반전이 있는 여자, 아이돌에서 일약 배우로 발돋움한 나나입니다.

[스포츠조선 배선영·백지은 기자] 예상 밖의 호평이다.

애프터스쿨, 오렌지캬라멜을 통해 가수로만 각인된 나나는 최근 tvN 금토극 '굿와이프'에서 연기자 변신에 나섰다. '굿와이프'는 미국 CBS에서 방송된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성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전업주부로 살던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법정 수사 드라마다. 나나는 극중 조사원 김단 역을 맡았다.

처음 나나가 김단 역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김단, 즉 원작의 칼린다 샤마(아치 판자비)의 팬층이 워낙 두터웠고 또 표현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칼린다 샤마는 한 마디로 사기 캐릭터. 폭넓은 법조계 인맥과 뛰어난 조사력을 바탕으로 로펌의 사건을 해결하며,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현혹시키는 마성의 팜므파탈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를 20대 중반의 걸그룹 출신이 맡는다는 사실이 원작 팬들에게 못 미더운 일이긴 했다. 나나는 과연 어떻게 김단을 만나게 됐을까?

"중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할 때 만난 이정효 감독님이 출연을 제안해주셨어요. 당시엔 신인 연기자인 줄 아셨대요. '신인인데 생각보다 여유롭게 연기한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때는 원작은 잘 몰랐는데 찾아봤더니 너무 매력적인 이야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더라고요.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준비하고 공부했어요. 원작도 보고 연기수업도 많이 받고 4부까지 받은 대본을 다 외울 정도로 준비도 많이 했어요. 이후 오디션만 5번을 봤죠. 처음엔 제가 생각한대로 대본을 해석하고 연기했고, 그 다음엔 감독님께서 추가해보자고 하신 부분들을 계속 참고해가며 맞춰갔어요. 그러다 보니 확실히 김단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더라고요."

오디션에서는 어떤 장면을 연기했냐고 묻자 1회 김단의 첫 장면 자기 소개신이었단다. "첫 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일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어요. 정말 100번도 더 연습했죠."

피나는 연습의 결과는 대성공. 첫 방송 이후 나나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첫 연기 도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과 정확한 발음, 발성에 놀랐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애프터스쿨 나나인줄 모르고 보다 보니 나나였다'는 사람도 있었다. "작품 시작 전부터 우려의 글들이 많아서 부담이 많았어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드라마는 물론 다른 배우분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고 앞으로 연기하는데 있어서도 좋지 않겠다는 걱정이 많았죠. 제가 연기를 잘했다기 보다는 선배님들이 저를 잘 이끌어주시고 부족한 부분까지도 채워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 감독님도 너무 연출과 편집을 잘해주셔서 부족한 부분이 덜 보이지 않았나 생각도 하고요."

나나는 모든 공을 제작진과 선배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아직 자기 자신의 연기력은 평가 대상이 되기도 이르다는 겸손한 태도다. 하지만 이번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 것은 나나 본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신인 배우들이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출연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원작 속 캐릭터에 지나치게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리메이크작이라고 해도 원작과는 메시지도 느낌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원작 캐릭터의 틀에 갇혀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 쉽다. 그러나 나나는 원작에서 가장 임팩트가 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칼린다 샤마 캐릭터를 살짝 비틀어 자신만의 김단을 그려내는 기지를 발휘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 수 있었고 호평을 받아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달 반 정도 준비했어요. 제가 가장 바란 건 시청자들이 가수 나나를 먼저 떠올려 제 연기에 대해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어색하다고 여기지는 않으셨으면 한다는 것이었어요. 가수 나나가 아니라 '굿와이프'의 김단을 보여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극에 잘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 원작과는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똑같이 따라한다고 해도 칼린다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신 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준비하면서 느꼈던 건 칼린다는 냉정하고 차갑고 칼 같은 부분이 부각됐다는 거예요. 저는 냉정한 부분도 물론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솔직함을 부각시키려고 했어요.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눈치 없고 생각없고 개념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또 좋게 보면 유연성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연기는 단언컨대 쉽지 않았다. 김단 캐릭터 자체가 원작처럼 양성애자 설정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대선배 전도연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연기는 처음인 나나가 대선배들 앞에서 역량을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양성애자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감독님께서 '김단은 남자도 여자도 만날 수 있는 아이니까 항상 그걸 생각하고 사람 만날 때도 말하거나 행동할 때도 다시 생각해 봐'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대선배님과 연기해야 하긴 하지만 김단 캐릭터 자체가 자신감 넘치고 당돌하고 솔직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살리고 싶기도 했고, 극중에서는 동료라는 설정이니까 절대 기에 눌리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웃음)

여러모로 당찬 도전이었지만 나나는 '굿와이프'를 통해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 했다. 2시간 여에 걸친 긴 인터뷰에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진솔함을 담은 답변을 이어갔다.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야는 질문에 그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는 것도, 일상에서 내가 표출하지 못하는 걸 표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어요. 또 연기할 때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그런 긴장감도 좋고요. 재밌는 것 같아요"라며 눈을 반짝 반짝 빛낸다. 이제 막 연기에 발을 들인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문을 두드릴 계획이라고.

"하고 싶은 역할은 정말 많아요.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건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서 부담이 커지기도 해요. 절대 자만하거나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더 공부하거 더 노력하고 그래서 점점 발전되는 그런 모습 보여 드리고 싶어요."

sypova@sportschosun.com, silk781220@,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