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은 시즌 초반 새로운 불펜진을 구성하며 "혹시 기회가 된다면 세이브왕이나 홀드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시즌의 3분의 2가 흐른 지금 넥센 투수들이 세이브왕과 홀드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넥센의 마무리인 김세현은 지난 9일 수원 kt 위즈전서 세이브를 추가해 마무리 첫 해에 30세이브 고지를 점령했다. 세이브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두산의 이현승이 23세이브에 그치고 있어 7세이브나 차이가 난다. 세이브는 팀이 승리를 해야하고, 점수차가 크지 않아야 하는 특수성이 있어 세이브 기회를 얻는 것자체가 힘들다. 김세현이 크게 유리한게 사실이다.
홀드 부문은 두산의 정재훈이 23홀드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타구에 맞는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이 돼 1위를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 뒤를 넥센의 필승조가 따라 붙었다. 이보근이 9,10일 kt전서 연속 홀드를 챙기며 21홀드로 2위를 달리고, 김상수도 18홀드로 3위에 올랐다. 공동 4위인 롯데 윤길현과 LG 진해수가 12홀드씩을 기록하고 있어 현재 상황에선 이보근과 김상수가 홀드왕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이 새로운 필승조에게 타이틀을 손에 쥐어주고 싶었던 이유는 성장이다. 타이틀이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타이틀을 따냈을 때의 성취감과 자신감은 더욱 커진다. 당연히 다음시즌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되고 그만큼 더 노력을 하게 된다.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자신감 역시 가진다.
상대에게 주는 압박감도 있다. 세이브왕, 홀드왕은 분명 그 시즌에 가장 좋은 불펜 투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표다. 남들이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상대 투수의 실력을 인정할 때와 인정하지 않을 때 타자들이 갖는 부담감, 자신감은 상당히 달라진다.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덤벼들 때와 세이브왕인데, 홀드왕인데라는 마음으로 투수의 공을 볼 때 그 공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넥센은 이전 손승락과 한현희라는 걸출한 마무리와 셋업맨이 있었다. 둘 다 세이브왕과 홀드왕을 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넥센은 올시즌 필승조가 한명도 없었던 위기에서 걸출한 마무리와 셋업맨을 탄생시켰다. 세이브왕과 홀드왕이 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완성이 될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