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스로 인정이 안되면 그 때가 유니폼을 벗는 날이겠죠."
LG 트윈스 박용택이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개인 통산 2000안타. 프로야구 역대 5명의 선수(양준혁, 전준호, 장성호, 이병규, 홍성흔)만 정복한 어려운 고지다. 타격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 선수로 영원히 인정받게 된다. 박용택은 1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2개의 안타를 추가해 1998안타 기록을 채웠다. 이제 남은 건 안타 2개 뿐.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곧 감격의 순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에 대해 무덤덤하다.
▶"2000안타, 전혀 느낌이 없다."
박용택은 "막상 기록 달성이 눈앞지만 나는 전혀 느낌이 없다"고 말하며 기록 달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나는 그저 3000안타로 가는 길목에 만나는 휴식처로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론, 박용택도 프로야구 역대 6번째 대기록에 눈 하나 껌뻑하지 않을 수 있는 돌부처는 아니다. 박용택은 "야구 참 오래 했구나, 큰 부상 없이 잘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20대에는 펄펄 날면서도 30대에 접어들며 꾸준함을 발휘한 선수가 거의 없는데, 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2000안타 기록 자체에 큰 감흥을 느낄 이유, 여유는 없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3000안타 목표의 진실은요?"
박용택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3000안타로 답을 대신했다. 박용택은 "2000안타가 아닌 3000안타가 목표"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혀 사람들을 깜짝 놀래켰다. 조금은 과장이 섞인 얘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용택은 한국 나이로 38세. 프로 15년을 뛰며 2000안타 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다. 만약, 3000안타를 채운다고 가정하면 15년-2000안타 비례식에 대입했을 때 7~8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박용택은 3000안타 목표에 대한 질문에 씨익 웃으며 "장난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계속 경기에 임하겠다는 의미다. 프로 선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니폼을 벗는 그날까지 치열하게 야구를 할 수 있다. 3000안타를 꼭 달성하겠다가 아니라, 선수 생활 마지막날까지 3000안타를 치겠다는 각오로 준비할 것이다. 그렇게 내 스스로 잘 헤쳐나간다면 진짜 3000안타 대기록 달성도 불가능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흔다섯까지는 충분할 것 같은데요."
박용택은 "최근 몇살까지 야구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 개인적으로는 프로 선수에게 할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심각하게 말했다. 그는 "어떤 선수가 선수 할 나이를 정해놓고 운동을 하는가. 열심히 하다 안된다고 느끼는 순간이 은퇴할 때인 것이다. 그 나이는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3000안타 기록도 언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냉정히 전망할 때 몇 살까지 선수 생활이 가능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용택은 주저하지 않고 "마흔다섯까지는 충분할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단순 희망이 아니라, 현재 몸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위에서 언급했던 7~8년의 시간이 흐르면 딱 그 나이가 된다.
박용택은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내려놓아야 할 순간이 온다면 은퇴에도 미련을 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박용택은 "내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순간이 오든, 나는 괜찮은 데 주위에서 내가 안된다는 평가를 내리든 그 때는 선수 생활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내가 내 자신을 늘 인정할 수 있게, 주변에서도 나를 필요로 할 수 있게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