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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최악 타고투저, 사령탑 이구동성 '투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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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타고투저에 각 팀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속출하는 핸드볼 스코어, 밤 11시를 훌쩍 넘기는 한밤 승부에 비명을 지른다. 9회를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마운드에 올릴 믿을만한 투수는 태부족이고, 5점차도 안심할 수 없어 전전긍긍이다. 수십년간 머릿속에 담아온 야구 불문율, 전통적인 야구 매커니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제 타고투저는 트렌드가 아닌 법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변화에 슬기롭게 적응하는 것이 장기레이스 성패 열쇠다.

올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은 5.18이다. 지난해도 타고투저 때문에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리그 평균자책점은 4.87이었다. 여름을 지나면서 각팀마다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즌 초중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투수는 갈수록 드물다. 역대 최악이었던 2014년(5.21)을 넘어설 조짐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최근 "투수가 없다"는 말을 몇 차례 했다. 발언의 의미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갔다. 벌떼마운드와 혹사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 감독이다. 한화는 올시즌 50차례 퀵후크(선발 3실점 이하 6이닝 이전 강판)로 전체 1위다. 2위 kt는 38차례, 최소 두산은 14차례다. 퀵후크는 투수의 당일 컨디션, 성향, 체력상태, 상대타선과의 궁합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사령탑이 결정한다.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 한화는 잦은 퀵후크로 불펜진의 투구이닝이 10개구단 최다다. 한화 권혁(87⅔이닝), 송창식(82⅔이닝), 정우람(58이닝)은 '불펜 이닝이터'다.

선발투수가 빨리 내려가니 불펜이 책임져야할 이닝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연투가 불가피해진다. 문제는 크게 이기거나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도 매번 같은 필승조가 투입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승부사 기질,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팬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라는 기저의식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믿지 못하는 선수를 쓰지 않다보니 믿는 선수만 쓰게 된다. 일단 김 감독의 믿음을 얻게 되면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지만 그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한화의 '거꾸로 마운드' 운영도 변칙이 굳어져 법칙이 됐다.

마운드 고민은 한화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슈 메이커인 김 감독의 발언이 상대적으로 많이 기사화되고 있고, 한화 경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측면이 있어 그렇지 다른 감독들도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10개구단 공히 투수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가장 좋았던 두산도 셋업맨 정재훈의 골절 부상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마무리 이현승의 구위도 물음표다.

NC는 이재학이 경기외적인 긴급상황 때문에 2군에 내려가 있다. 최금강을 선발로 당겨쓰면 허리가 빈약해진다. 그나마 다른 구단에 비하면 나을 뿐이다.

롯데는 외국인투수 린드블럼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마무리 손승락도 후반기 들어 컨디션 하락이 눈에 띈다. 넥센은 1선발 부재로 고민하다 밴헤켄을 다시 영입했다. 삼성은 외국인투수 사태부터 부상 돌림병으로 선발로테이션이 무너진 지 오래다. KIA는 헥터와 양현종이 버텨주는 것이 그나마 든든하다. 마무리는 자주 바뀌고, 중간 필승조는 더 자주 바뀐다.

김광현이 부상중인 SK, 장시환이 부진한 kt, 최근 상승세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마운드를 보면 답이 나오지 않았던 LG. 다들 고민을 안고 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내년 외국인투수 영입 작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범현 kt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 김기태 KIA 감독은 "웬만한 트리플A 수준 투수는 국내리그에서 버텨내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메이저리거라고 해서 반드시 국내리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빅리그에 올라갔다는 것은 확실한 주무기가 있다는 증거다. 시즌 중 교체비용까지 감안하면 KIA 헥터(11승3패, 3.36, 170만달러) 같이 확실한 투수가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