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분을 버텼더라면 '경우의 수'는 필요없었다. 8강 진출 확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아닌 가정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조별리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제 마지막 고개를 넘어야 한다.
신태용호는 8일(한국시각)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6년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3대3으로 비겼다. '경우의 수'가 다시 한국 축구에 찾아왔다.
1승1무(승점 4)를 기록한 한국이 1위를 지켰다. 이날 멕시코가 피지를 5대1로 완파하며 1승1무(승점 4)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골득실(한국 +8, 멕시코+4)에서 신태용호가 앞섰다. 독일은 2무(승점 2)로 3위에 위치한 가운데 피지는 2전 전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C조의 8강 진출 운명은 최종전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11일 오전 4시 두 경기가 동시에 열린다. 가장 느긋한 팀은 피지를 만나는 독일이다. 한국과 멕시코의 정면충돌이 마냥 즐겁다. 그래도 키는 신태용호가 쥐고 있다. 비기기만해도 8강에 진출한다. 그 다음은 멕시코와 독일의 싸움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패할 경우 조별리그 탈락이다. 피지가 독일을 꺾을 가능성은 1%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축구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의 수'가 '비겨도 된다'는 것이다. 자칫 정신력이 흐트러 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을 추구하다보면 색깔을 잃어버릴 수 있다. 무승부 상황에서 독일전처럼 경기 종료 1분을 남겨두고 골을 허용할 수도 있는 것이 승부의 세계다.
신태용 감독이 '경우의 수'를 지웠다. 그는 독일전이 끝난 직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비긴다고 하면 1분을 남겨두고 질 수 있다. 비긴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불리한 입장에서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비겨도 된다'의 함정을 지우기 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멕시코전 전략도 짜여졌다. '비기면 진다'는 '자기최면'이다. 신 감독은 "조 1위지만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멕시코전은 무조건 이긴다는 전략으로 갈 것이다. 브라질리아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한 번 미팅으로는 각인시킬 수 없다. 앞으로 2~3차례의 미팅을 통해 정신 무장을 더 시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바도르(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