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연패였다. 32년간 단 한차례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 여자 양궁이 또 다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기보배(28·광주시청) 장혜진(29·LH) 최미선(20·광주여대)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강부터 결승까지 고비도, 적수도 없었던 그야말로 완벽한 금메달이었다.
태극 낭자들은 올림픽 대표로 이름을 올린 뒤 부터 부담감과 싸웠다. 부담감을 넘기 위한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노력이었다. 그들은 매일 활과 전쟁을 했다. 태릉선수촌에서 하루 평균 400~500발을 쐈다. 최대 600발까지 시도한 적도 있다.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손이 퉁퉁 부었다. 변화 무쌍한 삼보드로무 바람이 한국 대표팀만 피해간 것이 아니다. 수없이 쏜 감각이 그들을 지켜준 것이다. 금메달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태극 낭자들에게 단체전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선배들이 이어온 영광을 단절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없었다. 수만번 호흡을 맞추며 하나가 됐다.
굵은 땀방울에 치밀한 전략이 더해졌다. 대표팀은 지난해 브라질 리우 삼보드로무서 테스트이벤트(프레올림픽)를 치른 뒤 태릉선수촌에 똑같은 형태의 '모의 삼보드로무'를 만들었다. 삼바축제 때 카니발 행렬이 지나가는 시멘트 도로를 개조한 삼보드로무는 바닥이 고르지 않아 사대가 무대 위에 꾸며졌다. 평지에서 쏘는 일반 양궁장과 다르다. 착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모의 삼보드로무로 일찌감치 현지 적응을 마쳤다.
이 뿐이 아니다. 훈련장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리우조직위가 사용하는 곡을 선택할 정도였다. 또 세계 최초로 훈련장에 전자표적지를 설치했다. 선수들의 화살 위치와 성적을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자료를 축적해 개선점을 찾았다.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하는 뇌파 훈련이나 심리상담 등도 진행했다. 화살에 보이지 않는 흠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비파괴 검사를 하고 선수들이 활을 잡을 때 사용하는 그립을 맞춤 제작하는 등 장비 관리에도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야구장 훈련도 큰 힘이었다. 양궁 대표팀은 지난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훈련을 실시했다. 소음과 조명에 대비한 실전 담금질이었다.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 다만 그 확률에 다가갈 뿐이다. 한국 여자 양궁은 작은 변수라도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엇고, 이날 금메달로 보상을 받았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