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패드 찍고 기록 보기가 두려웠다."
'마린보이' 박태환(27)의 아쉬움이었다. 박태환이 2016년 리우올림픽 자유형 200m 예선에서 탈락했다. 박태환은 8일(한국시각) 오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내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 6조에서 1분48초06을 기록, 8번 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로써 박태환은 예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경기를 마감했다. 박태환은 경기 후 "죄송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터치패드 찍고 기록 보기가 두려웠다. 레이스에서 처지는게 느껴지니까 보기가 싫었다. 생각 보다 많이 안나와서 더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전날 열린 400m 예선에서 3분46초63을 기록하며 결선 진출에 실패한 박태환은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고 나왔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종목이다.
이날 마지막 6조의 2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박태환은 올 시즌 200m 랭킹 1위 제임스 가이(영국)와 대결을 펼쳤다. 반응속도 0.65로 가장 빨랐던 박태환은 50m에서 25초18을 찍으며 5~6위권을 형성했다. 레이스 중반까지 뻗어나가지 못한 박태환은 100m 구간을 52초54로 통과하며 7위로 처졌고, 150m 구간을 1분20초33에 돌았다. 결국 막판 뒤집기에 실패한 박태환은 1분48초06을 기록하며 조 최하위로 예선 탈락했다.
주종목 400m 탈락의 부담감이 컸다. 박태환은 "2나름대로 어제 경기를 잊고 200m에서 준비 잘하자고 했다. 어제의 아쉬움을 오늘 만회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오바됐다"며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어깨가 마음대로 안움직여서 답답하더라"고 답답해 했다. 4년 전 400m에서 실격 파문 속 눈물을 흘렸던 박태환이다. 그때보다 심적 아쉬움이 더 커보였다. 박태환은 "4년 전 결승 뛰고 미묘한 기분이 들어서 울었다. 사실 그때보다 무겁다. 미묘한 기분도 더 하다. 인터뷰 자체가 부끄럽다. 실망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도와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박태환은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하다. 400m 끝나고도 문밖에 나가기가 미안했다. 기쁨을 줘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 오랜만에 본 동료들에게는 창피한 마음까지 있었다. 박태환은 "꼴등했더라. 물 밖에 못나오겠더라. 여기서 외국 친구들 오랜만에 만났다. 반갑게 해줬다. 근데 터치패드 찍고 여러 생각 들더라. 부끄러웠다. 그런 생각이 답답하다"고 했다.
박태환은 지난 2년간 흐름에서 뒤쳐진 것을 이번 대회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태환은 "사실 미국에서 잘 훈련 했다. 2주 동안 내 자신을 넘으면서 심적으로 안정됐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를 2년 동안 치르지 못하다보니 2년 간 흐름을 놓쳤다. 나름 파악했다고 했는데 내 시대와 차이가 있었다"며 "예선부터 치고 나가야 하는 부분이 더 강해졌다. 빨리 캐치했지만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급하게 하다보니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일단 남은 100m와 1500m 모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끝까지 출전하고 싶다. 일단 준비는 400m와 200m 중심으로 했다. 훈련은 같지만 100m, 1500m는 다르다. 코치 의견을 물어볼 것이다. 100m보다는 1500m이 더 걱정된다. 그래도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내 몫"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벽에 경기를 지켜본 이들에게 죄송하다. 나도 올림픽에서의 이런 모습이 적응이 안된다. 기분 좋은 뉴스를 전해드리지 못해 아쉽다"며 "이번이 내 수영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니까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