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가 이승엽의 한일 프로야구 600홈런 달성을 앞두고 특별이벤트를 갖는다. 이승엽은 올시즌 18홈런을 기록중이다. 1995년 프로데뷔 후 한일통산 593홈런, 앞으로 홈런 7개를 추가하면 한일통산 600홈런 고지를 밟는다. 8년간 일본에서 159개의 홈런을 때렸고, KBO리그 통산 434홈런. 이 어마어마한 기록 보유자는 메이저리그(8명), 일본(2명)등 전세계적으로도 극소수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이 삼성을 옥죈다. 팀 성적은 1982년 창단 이후 최악이다. 약 한달전 충격의 꼴찌 추락에 이어 9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영입은 대실패였다. 2개의 교체카드를 모두 썼지만 큰 도움이 안된다. 선수들의 줄부상은 팀전력을 갉아먹었다. 베스트 전력으로 경기를 치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 2011년부터 4년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한 강팀이 하루아침에 급전직하. 예상치 못한 가파른 추락에 다들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구단은 당황하고, 선수들은 의기소침, 코칭스태프는 조급해진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삼성은 사면초가다. 글로벌 윤리경영을 지향하는 초일류 삼성그룹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다.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로 임창용이 방출된 데 이어 안지만이 검찰에 기소 송치돼 계약해지까지 됐다. 수사 중지 상태인 에이스 윤성환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등판중이다.
올초 김인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퇴임하면서 "전설의 아바타가 돼 달라"고 했다.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이승엽의 실력과 자기관리, 바른 몸가짐을 후배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당부가 무색할 지경이다. 팀은 어렵지만 이승엽은 잔부상, 체력저하에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고 있다. 타율 2할8푼5리, 18홈런 77타점을 기록중이다. 이승엽은 홈런을 때린 뒤에도 팀패배가 많아서인지 자주 웃지 않는다. 시무룩한 표정도 늘었다. 인터뷰 때마다 개인성적에 대한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이유 또한 팀 상황 때문이다.
삼성 구단은 한일통산 595호 홈런부터 홈런공을 잡은 팬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홈과 원정에 관계 없이 595호~598호 홈런 공을 잡은 팬에게는 갤럭시 기어 S2 클래식을 각 1대씩, 599호를 잡은 팬에게는 갤럭시 노트7을 증정한다.
이후 이승엽이 한일통산 600홈런을 홈구장에서 기록할 경우, 곧바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대형 전광판에 기념 영상이 상영된다. 해당 이닝 종료 후에는 삼성 라이온즈 김동환 대표이사, 류중일 감독, 주장 박한이와 상대팀의 주장이 축하 꽃다발을 이승엽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홈과 원정에 관계 없이 600홈런 공 처리는 전적으로 습득자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팬이 기증 의사가 없을 경우 홈런공에 인증 도장을 날인하여 진품임을 표시하게 된다. 구단은 홈런 공의 기증 여부에 관계 없이 갤럭시 노트7 1대, 2017시즌 VIP 블루패밀리(시즌권) 2매, 이승엽 친필 사인배트와 이승엽의 600홈런 시상식 당일 경기의 시구자로 나설 기회를 해당 팬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 이승엽의 600홈런이 홈구장에서 나올 경우 이승엽 사인유니폼 증정 이벤트도 펼쳐진다. 달성일 현장 관중 가운데 추첨을 통해 20명에게 사인유니폼이 전달된다.
삼성 라이온즈는 기록이 달성되면 별도의 홈경기 일정을 잡아 한일통산 600홈런 달성 기념 시상식을 열 계획이다. 구단 격려금 2000만원을 선수에게 전달하게 되며, 시상식 당일에 이승엽의 특별 팬사인회도 열린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