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지명타자 나지완은 지난해까지 주로 4번 타자로 나섰다. 외야 수비가 허술하고 홈런 생산능력이 탁월한 건 아니지만, 타격과 장타력은 늘 팀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시즌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나지완은 몇 차례 2군을 경험했고,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3리, 7홈런, 31타점, 장타율 3할7푼5리, 출루율 3할7푼8리. 2009년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나지완'을 보고, '올시즌 나지완'을 머릿속에 그린 야구인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타이거즈 팀내에서조차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있어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봤으나, 이정도까지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6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타율 3할2푼2리, 21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 따른 위기감, 예비 FA라는 점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지난해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한 나지완이 6일 현재 출루율 4할7푼4리로 이 부문 1위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출루율왕을 차지한 김태균(한화 이글스·0.462), 지난해 타이틀 홀더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0.451)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나지완의 높은 출루율을 주목한 김기태 감독은 그를 2번 타자로 기용하기도 했다. 나지완이 지금까지 출루율 4할대를 기록한 건 2014년(0.414) 딱 한번뿐이다.
출루율 강자로 떠오른 나지완처럼, 각종 개인 기록에서 새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팽팽한 긴장감과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타격 1위는 3할8푼1리를 기록한 테임즈. 유한준(0.362)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2004년 브룸바 이후 11년 만에 1위에 올랐다. 올해는 국내 선수에게 타이틀이 돌아갈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3할5푼5리로 1위, 최형우(삼성 라이온즈)가 3할4푼7리로 2위고, 송광민(한화)이 3할4푼6리, 김주찬이 3할4푼3리(KIA), 고종욱(넥센 히어로즈)이 3할4푼3리로 뒤를 잇고 있다. 이들 모두 타격 1위에 오른 경험이 없다.
한화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도 주목할만 하다.
시즌 초 적응에 실패해 2군까지 내려갔던 로사이오는 이번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6일 현재 타점 91개로 테임즈(88개), 나성범(NC).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이상 88개), 정의윤(SK 와이번스·83개), 최형우(81개)를 제치고 1위다. 강력한 클러치 능력으로 팀 타선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고 있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타점 1위를 차지했던 박병호가 떠나자 각축장이 됐다.
최다 안타 부문에선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일어났다. 6일까지 정의윤이 134개, 고종욱이 128개, 이대형(kt 위즈) 128개, 로사리오가 126개, 민병헌(두산 베어스)이 125개로 1~5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뒤를 123개를 때린 김문호(롯데 자이언츠)와 히메네스가 따르고 있다. 지난해 이 부문 1위는 유한준, 2위는 나성범, 3위는 박병호였다.
지난 4년간 홈런왕을 독식했던 박병호와 나바로가 빠진 홈런 레이스의 선두 주자는 테임즈다. 32개를 터트려 최 정(SK·26개) 김재환(두산 베어스) 로사리오 정의윤(이상 23개)에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테임즈를 뺀 나머지 선수는 최근 이렇다할 성적을 못 냈거나 사실상 새얼굴이다. 지난해는 박병호(53개)와 나바로(48개) 테임즈(47개) 강민호(35개) 최형우(33개) 최준석(31개)가 순위표 상위권을 채웠다.
변화가 몰아쳤지만, 테임즈는 꿋꿋하다. 지난해 득점, 장타율 1위였던 테임즈는 올해도 두 부문 1위다. 장타율 2위에 랭크된 김재환(0.634)이 눈에 띄는 정도다. 지난해 도루왕 박해민(삼성)은 올해도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