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을 사용하는 펜싱은 가장 위험한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16세기만 하더라도 근접 거리에서 가늘고 긴 칼로 찌르기를 하는 경기 특성상 눈 부상이 속출했다. 18세기 말 마스크가 도입돼 보편화됐지만 보호장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82년에는 경기 도중 부러진 칼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가 구 소련 선수가 사망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스포츠에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선수들은 보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펜싱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펜싱 검의 소재는 마레이징 강철이다. 제트전투기를 만들 때 쓰는 합금강철이다. 탄소섬유가 결합된 강철보다 견고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다. 적당한 힘 이상이 가해지면 구부러진다.
이런 강력한 소재의 칼에 선수는 무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문제 없다. 철벽 보호장비 덕분이다. 선수보호용 재킷은 합성섬유인 케블라로 만든다. 국제펜싱연맹이 의무조항을 만들었다. 케블라는 가볍고 튼튼한 특성 때문에 방탄조끼나 헬멧에 많이 사용되는 소재다. 또 바깥쪽 재킷(800N, 81.6㎏)과 안쪽 재킷(800N)을 합쳐 총 1600N(163.3㎏)의 저항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다. 영화 '아이언맨' 수트 만큼 외부의 강한 충격을 이겨낼 수 있다. 마스크는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다. 이젠 날카로운 칼날도 뚫을 수 없다. 그물코의 짜임새가 구멍 뚫기 테스트에서 허용되는 힘의 두 배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조밀하게 구성됐다. 취약점으로 제기됐던 목 부위도 보호구가 마스크와 연결돼 있다. 목보호구는 1600N의 저항과 12㎏의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