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시즌, '사라예보의 탁구 전설' 이에리사 전 새누리당 의원의 '아침마당' 특강이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이 의원은 4일 리우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사라예보 전설에서 태릉선수촌 싸움꾼까지'라는 타이틀의 강연을 선보였다.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우승으로 국민적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른 후 지도자, 태릉선수촌장, 국회의원까지 여성리더의 삶을 걸어온 과정을 이야기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을 이끌며 양영자-현정화 복식조의 우승을 이끈 이야기, 대한민국 첫 여성 태릉선수촌장으로 일하며 체육인들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싸움꾼으로 변신한 이야기를 특유의 입담으로 엮어냈다. 양영자-현정화의 88올림픽 우승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다. "사라예보 우승 때도 안울었는데 서울올림픽 때는 눈물이 나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부모의 심정이었다. 눈물을 닦고 있는데 여기자가 다가왔다. 소감 한말씀 해달라고 하는데 말이 안나왔다. '아이들이 참 대견하네요. 연습처럼 시합하는 게 쉽지않은데 진짜 연습때처럼 해줬다.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를 할 때는 연습할 때처럼 한다'고 얘기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가장 빛나는 순간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지도자로서 사의를 표했다. 용인대에서 교수의 길을 걸었다. 2005년 태릉선수촌장이 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종합 7위에 오르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직후에도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3년반동안 태릉에 있으면서 스스로 마음이 약해졌다고 느꼈다. 날선 마음이 무뎌졌다. 오래 한자리에 있으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촌장으로서 냉정하고 좀더 날카롭게 봐야 하는데… 태릉선수촌장이 스스로 그만둔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이 의원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체육인과 체육계를 위해 4년간 헌신했다. 이 의원은 "행운이었다. 누구보다 체육계를 잘 알고 행정 인사 예산을 다 살폈고,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직접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체육유공자법, 체육박물관법, 체육인복지법 등 국회에서 4년간 체육인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분투한 노력들을 소개했다.
이 의원은 "내 인생을 이렇게 열심히 매순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세계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독일선수와 이스라엘에 갔는데 나를 '세계 챔피언'이라고 소개하더라. '오래전에 세계챔피언이지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더니, 독일 선수가 '한번 챔피언은 영원한 챔피언이다'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은 모두 과정일 뿐이다. 삶은 의미, 가치가 첫째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의미와 가치를 잘 공유하시면서, 인생의 챔피언으로 우뚝 서시실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여성리더로서 매순간 최선을 다해 올곧은 길을 걸어온 '체육인' 이 의원의 이야기에는 울림이 있었다. 청중들은 깊이 공감했다. 방송 직후 '이에리사'의 이름이 각 포털 검색어 1위를 휩쓸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