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식은 탓일까.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3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8회부터 구원 등판했다. 팀이 5-4로 앞서던 8회말 무사 만루 상황이었다.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2연패를 끊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선발 아담 웨인라이트가 5이닝 2실점으로 물러나고 6회부터 등판한 불펜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가장 믿는 오승환에게 6개의 아웃카운트를 맡기기로 결심했다.
8회 오승환은 완벽했다. 셋업맨 조나단 브록스톤이 자초한 무사 만루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1번 빌리 해밀턴은 볼카운트 1B2S에서 삼진으로, 후속 이반 데하수스는 유격수 병살타로 요리했다. 직구 위력은 여전했다. 95마일(약 153㎞)의 빠른 공을 윽박지르면서 무사 만루 위기를 탈출했다.
하지만 9회말이 문제였다. 선두 3번 조이 보토에게 초구 만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4번 아담 듀발은 6구 승부 끝에 좌전 안타였다. 볼카운트가 1B2S로 유지했으나 6구째 바깥쪽 직구가 조금 높았다. 듀발이 힘들이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이후 5번 베테랑 브랜든 필립스는 범타로 처리하며 한 숨 돌렸다. 볼카운트 1B에서 바깥쪽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꺾였고 직구에 타이밍을 잡고 있던 필립스는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러나 왼손 스캇 셰블러를 넘지 못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직구를 던지다 우월 스리런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제구가 몰렸는데, 타자의 히팅 찬스에서 실투를 던졌다. 오승환이 끝내기 홈런을 내준 건 이번이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3번째 홈런을 맞았고, 평균자책점도 5월29일 이후 66일 만에 2점대(2.14)로 올라갔다. 세인트루이스의 5-7 패배.
이날 홈런이 아쉬운 건 마무리로서 첫 블론 세이브이기도 하지만, 원정 경기 첫 실점인 이유도 있다. 전날까지 오승환은 원정 23게임에서 1실점도 하지 않았다. 24이닝 동안 놀라운 피안타율(0.115)와 이닝당출루허용률(0.63)을 자랑하며 2승3세이브를 거뒀다. 홈 구장보다 오히려 원정에서 강한 '돌부처'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불펜 요원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이었다. 0을 찍고 있는 평균자책점은 물론 원정 24이닝 연속 무실점도 단연 1위였다. 하지만 홈런 한 방에 무실점 행진이 끊겼다. 차라리 9회부터 나왔다면,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에게 6개의 아웃카운트를 맡기는 건 일반적인 투수 기용이 아니다.
한편 오승환은 이날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도 들어갔다. 보통 불펜 투수는 타석에 돌아오면 대타로 교체되지만 오승환은 9회 등판을 앞뒀기 때문에 그대로 방망이를 집었다. 결과는 공 4개를 지켜본 뒤 스탠딩 삼진. 부상 방지를 위해 스윙은 없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