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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아드리아노, 진짜 주인공은 데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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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장 조심해야 할 선수는 아드리아노다."

3일 탄천종합운동장. FC서울전을 앞둔 김학범 성남 감독은 잔뜩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드리아노는 이날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맞대결 이후 6경기 만이다. 당시 아드리아노는 성남 수비수 임채민을 팔꿈치로 가격해 즉각 퇴장 명령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즉각 퇴장으로 인한 2경기에 추가로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보탰다. 비신사적인 행위로 졸지에 그라운드 바깥으로 내몰린 아드리아노는 황선홍 서울 감독의 조련 속에 묵묵히 칼을 갈았다. "징계 기간 동안 성실하게 팀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와 개인 면담을 가져 본 결과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다만 칼을 아꼈다. "당장 선발로 내보내고 싶지만 오랜 기간 경기를 뛰지 못해 컨디션이나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입을 결정할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아드리아노는 반드시 출전할 것이다. 한창 골을 넣던 시기엔 스스로 만족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굶주린 상태다.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 할 것이다. 때문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아드리아노를 아꼈다 내보내겠다던 황 감독의 구상은 일찌감치 깨졌다. 이날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성남 공격수 실빙요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전 내내 공세에도 실마리를 잡지 못했던 황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아드리아노를 호출했다. 아드리아노는 데얀과 호흡을 맞추며 분주히 성남 수비진을 흔들었다. 하지만 움직임이나 볼 터치 모두 완벽하지 않았다. 후반 24분 데얀의 패스를 받아 문전 왼쪽에서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성남 골키퍼 김근배의 선방에 막혔다.

서울의 반전카드는 데얀이었다. 홀로 두 골을 터뜨리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0-1로 뒤지던 후반 29분 윤일록이 성남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이어준 패스를 문전 왼쪽에서 오른발을 갖다대며 동점골로 연결했다. 후반 35분엔 성남 수비진이 길게 내찬 볼을 주세종이 중원 한가운데서 헤딩으로 골문 쪽에 밀어넣었고, 데얀은 성남 수비진 틈을 순간적으로 파고 들어가 문전 중앙서 볼을 받은 뒤 그대로 논스톱 오른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득점 직후 데얀은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에게 달려가 키스 세리머니를 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초조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황 감독도 그제서야 주먹을 불끈쥐며 환호했다.

선두 전북 현대와의 간격이 드디어 좁혀졌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승점 40이 되면서 울산 현대(승점 35)와 1대1로 비긴 전북(승점 52) 추격을 향한 첫 발을 떼었다.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이 된 성남(승점 34)은 울산에게 4위 자리를 내주며 5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