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진 중 하나로 1998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꼽힌다. 당시 애틀랜타는 그렉 매덕스(18승), 톰 글래빈(20승), 존 스몰츠(17승), 대니 니글(16승), 케빈 밀우드(17승) 등 5명의 선발진을 앞세워 106승56패로 그해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팀이 됐다. 놀라운 것은 이들 5명의 합산 평균자책점이 2.97이었다는 점이다. 글래빈은 평균자책점 2.47을 올리며 사이영상까지 수상했다. 이들 5명중 밀우드를 제외한 4명의 투수는 1997년에도 각각 18승, 14승, 15승, 20승을 따내며 '공포의 4인조(fearsome foursome)'라는 칭호를 들었다. 애틀랜타가 역대 메이저리그 최강의 투수 왕국으로 불리던 시절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진이 강한 팀을 당해낼 수는 없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는 선발 5명이 모두 10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윤성환이 17승, 피가로와 차우찬이 13승, 클로이드가 11승, 장원삼이 10승을 각각 올렸다. '5명-10승'은 역대 4번째 기록이었다. 해태 타이거즈가 1992년과 1993년 각각 5명, 6명의 10승 투수를 냈고, 1998년 현대 유니콘스가 5명의 10승 투수를 키웠다. 93년 해태와 98년 현대는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올시즌 최고의 선발진을 갖춘 팀은 두산 베어스다. 좌완 유희관이 지난 2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니퍼트(13승), 보우덴(12승), 장원준(11승)에 이어 팀내 4번째로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두산이 한 시즌 4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한 것은 1993년 이후 23년만이다. 당시 김상진(11승), 장호연(10승), 권명철(10승), 강병규(10승)가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올시즌 면면을 보면 23년전보다 강력해 보인다.
이들 4명의 합계 승수는 46승이다. 두산이 거둔 61승 가운데 75.4%가 이들 선발 4명의 어깨에서 나왔다. 이날 현재 5개 팀의 승수가 이들 4명의 합계 승수보다 적다. 아직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는 팀도 7개나 된다. 압도적인 로테이션이다. 다승은 물론 평균자책점과 승률, 탈삼진 등 선발투수가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을 놓고 두산의 집안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이제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승수를 추가할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4명 모두 15승 고지를 돌파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한 시즌 15승 투수를 4명 이상 배출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15승 이상 투수가 3명 나온 팀도 1982년 삼성(권영호 이선희 황규봉, 이상 15승)), 1994년 LG(이상훈 18승, 김태원 16승, 정삼흠 15승), 2000년 현대(정민태 임선동 김수경, 이상 18승) 등 3팀 뿐이다.
등 담증세로 지난달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니퍼트는 오는 6일 불펜피칭을 실시, 컨디션을 점검할 예정이다. 두산에 따르면 니퍼트의 부상 정도는 심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날 불펜피칭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 8~9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 2연전 기간에 돌아올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은 48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니퍼트가 다음 주중 복귀한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 이들 4명은 각각 최대 10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니퍼트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2011년 15승이다. 3승만 보태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노히트노런 후 잠시 부진에 빠졌던 보우덴도 지난달 26일과 31일 각각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연속 승리를 따내며 승수쌓기에 속도를 붙였다. 장원준은 지난달 30일 한화전에서 5이닝 7안타 4실점으로 다소 고전했지만, 꾸준함에 있어서는 이들 4명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관건은 유희관이다. 남은 10번의 등판에서 5승을 채우려면 더이상 기복을 보여서는 안된다. 유희관은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 하는데, 이날 LG전처럼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는게 김태형 감독의 의견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