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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끝나지 않은 추적-필리핀 셋업 범죄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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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준석 기자] 끝까지 추적한다! 필리핀 셋업 범죄, 그 배후를 찾아라

지난 5월, 사업 파트너의 초대로 필리핀을 방문했던 박용식씨. 사업 확장이라는 꿈에 부푼 것도 잠시, 그는 그곳에서 미성년자 성폭행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날 사업 파트너가 보낸 변호사라는 한 여성이 경찰서로 찾아왔고, 미성년자 성폭행은 종신형이라며, 풀려나기 위해 5억원을 내라고 요구했다는데.

<추적60분>은 지난 6월, 박씨에게 미성년자 성폭행 누명을 씌우고 금품을 갈취하려 했던 셋업 범죄 일당 중 2명의 얼굴을 공개했다. 그리고 방송 직후부터, 이들을 안다는 제보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추적 60분을 봤어요. 봤는데 너무 똑같은 거예요.

그 날 제가 그 사람들에게 이야기 들었던 것과요"

-제보 전화 내용-

박씨에 대한 셋업이 진행되기 이전에, 그들을 만난 적 있다는 제보자의 증언과, 셋업 범죄 일당에 대한 잇따른 제보. 취재진은 이를 토대로 다시 필리핀 마닐라로 향했다. 긴 추적 끝에 드러나기 시작한 필리핀 셋업 범죄 조직의 실체! 그들은 대체 누구이며,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 공개 수배 강씨, 그리고 그녀를 아는 사람들

"경찰, 검사 그리고 여자가 준비가 되어있고 5월초에 일(셋업)을 진행을 할 거라고 말 했습니다.

그리고 유치장에 넣어서 겁을 주고 돈을 뜯어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제보자 최씨-

지난 4월, 필리핀에서 구직활동을 하던 최씨는, 한 인터넷 교민 사이트에서 통역요원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면접을 봤다. 하지만 면접 자리에서 들은 업무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한국인 사업가에게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누명을 씌우고 5억을 뜯어 낼 계획이었던 것. 이른바 셋업 범죄였다. '셋업 범죄'란 특정한 목적으로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씌우는 수법이다. 범죄에 가담할 수 없어 거절했지만, 자신이 들었던 일이 실제 범죄로 실행됐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는 최씨. 그가 면접을 봤던 그 자리에는, 지난 방송에서 공개한 한국인 여성 "강씨"가 있었다.

■ 엇갈린 주장, 과연 그날의 진실은?

저는 절대 변호사라고 사칭한 적이 없습니다.

통역을 하러 왔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고요.

5억을 요구했다는데 돈 얘기 역시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공개수배 한국인 여성 강씨-

제작진은 어렵게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진을 보자마자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녀. 자신은 지인의 부탁으로 단순 '통역'을 했을 뿐, 변호사를 사칭한 적도, 5억원을 요구한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은 사실일까. 우리는 당시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필리핀 여성, 로슬린을 찾아나섰다. 과연 로슬린이 기억하는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국 여자(강씨)가 거기에 있는 한국 남자 두 명을 구속시킬 거라고 말했어요

경찰서에 가면 나를 건드렸다고(성관계 했다고) 진술하랬어요"

-필리핀 소녀 로슬린 (14세)-

호텔에 로슬린을 데려간 것도, 방을 예약하고 결제한 것도 강씨였다는 호텔측 관계자의 증언. 하지만 강씨는 여전히 지인의 부탁으로 통역을 한 것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강씨가 얘기하는 지인은 과연 누구일까.

강씨와 제보자들의 증언으로 특정된 남성은, 3~40대 나이에, 양팔에 문신이 있는 한국인 '정종우.'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필리핀의 한 교도소에 수감중인 그의 이복형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죄, 그 끝은 어디인가

지난해 중장비 매매 사기를 당했다는 김씨. 한 인터넷 사이트에 중장비를 구매하고 싶다는 글을 올린 그는, 가게를 정리 중이라 기계를 처분하려 한다는 한 50대 남성의 연락을 받았다. 기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가게를 찾았고, 자리를 비운 남성 대신, 그의 아들이라는 젊은 남성과 거래를 하고 돌아왔다.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돈을 입금한 직후였다.

"화물차 기사한테 연락을 했죠. '입금 시켰으니까 기계 싣고 내려와도 된다'

얘기를 했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입금이 안 됐다고 한다고.

그래서 무슨 소리냐 입금 시켰는데"

-중장비 사기 피해자 김씨-

"젊은 친구가 와서 자기 사장님이 사업을 하는데 목돈이 필요하다며

환전 해줄 수 있냐 (물었어요)"

-환전 사기 피해 부부-

돈을 보내고도 물건을 받지 못한 김씨.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갔지만, 그가 돈을 입금한 계좌 주인은 국내가 아닌 필리핀에 거주하는 교민이었다. 즉시 계좌 동결을 요청했지만, 계좌 주인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황.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부부는 필리핀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범죄 조직의 일당 몇몇을 잡을 수 있었지만 이들은 하수인이었을 뿐, 총책이 아니었다. 당시 범인들의 휴대전화 속에서 발견된 총책의 여권은, 놀랍게도 필리핀 셋업 범죄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정종우'의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역시 본명이 아니라는 것!

확인 결과, 주범 박00은 마약과 상습사기로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지명수배 중인 인물이었다. 한국에서 수배중인 범죄자가 필리핀에서 버젓이 활보하며, 교민이 아닌 국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또다른 사기행각은 물론, 셋업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이번 주 2016년 8월 3일 <추적 60분>에서는 필리핀 셋업 범죄조직을 추적하고, 점차 진화해온 그들의 사기 수법을 파헤쳐본다. narus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