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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앞으로' 외치는 제주의 숨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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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숨이 깊다.

지난달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제주의 골망이 무려 다섯 차례나 출렁거렸다. 제주는 수원 골망을 세 번 흔들었다. 3대5. 제주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에서 쓴 잔을 마셨다. "모두 감독인 내 책임이다." 조성환 감독(46)이 애써 웃었다.

39실점. 제주가 23라운드까지 허용한 골이다. 리그 최다 실점이다. 최하위 수원FC(35실점)보다도 4골 더 먹었다. 41골. 제주가 기록한 득점이다. 선두 전북(44골), 2위 서울(43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넣었다.

많이 넣지만 많이 먹는 축구, 그래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승점. 조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실점이 많아 리그 후반에 힘들었는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 초반 리그 상위권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노리던 제주의 원동력은 '공격'이었다. 제주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여기에 조 감독표 '높이 축구'까지 가미됐다. 이광선 권한진 등 장신 수비수들을 세트피스 공격에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이광선과 권한진은 각각 리그 3골, 2골을 기록하며 화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여기에서 제주의 딜레마가 시작됐다.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조 감독은 "세트피스 찬스 때 수비수들이 올라온 상황에서 역습을 내주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고 말했다. 역습을 자주 허용하다보니 빠른 속도로 공수 전환을 해야 한다. 그만큼 선수의 체력도 빨리 소진된다. 더욱이 제주는 원정 이동거리가 길다. 제주가 리그 후반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다. 오죽하면 제주의 '여름 징크스'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반복되는 실점. 원인은 단순했다. 조 감독은 "우리 실수로 허용한 골이 많다"며 "사소한 실수를 줄이면 분명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 "100% 완벽한 축구를 하긴 어렵다. 어떤 팀이든 실수를 한다"면서도 "경기 운영을 통해 우리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다. 공격 축구를 하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그러나 완성도를 논하기엔 다소 늦은 시점은 아닐까? 조 감독은 "리그 중반을 넘었지만 아직 경기들이 남아있고 상위권과 차이도 크지 않다"며 "선수들을 믿고 기필코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선수들에 대한 조 감독의 무한신뢰. 거기에서 나오는 강한 자신감. 남은 시즌, 지켜볼만 할 것 같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